“결제 먼저, 지불은 나중” 후불결제로 젊은층 선점 나선 빅테크 | KS News
[IT동아 정연호 기자]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2.1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국내는 카드 수수료가 높지 않고 특정 기간 이자를 내지 않은 무이자 할부가 보편화돼 있어, 카드 사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국내 신용카드 이용률은 건수 기준으로 2017년 29.3%에서 2019년 43.7%로 늘었으며, 현금 이용률은 36.1%에서 26.4%로 줄었다. 금액을 기준을 신용카드는 같은 기간 32.8%에서 53.8%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의 매력이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BNPL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BNPL 업체가 가맹점에 물건값을 지불하고, 소비자가 나중에 BNPL 업체에 대금을 분할해 납부하는 ‘선결제-후지불’ 방식을 말한다. BNPL 업체는 이용자가 아닌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신용카드 문화가 잘 정착한 한국과 달리 카드 발급 절차가 까다로운 해외에선 BNPL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 등급과 소득이 보장된 사람에게만 신용카드가 발급돼 아무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BNPL은 금융이력이 없더라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씬파일러(Thin Filer)’에게 특히 유용하다. 씬파일러란 사회초년생이나 프리랜서처럼 금융 거래가 거의 없는 금융 고객을 말한다. 이들은 신용거래정보가 없기 때문에 제1금융권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에서 제약을 받고, 저금리로 대출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PYMNTS와 AWS Financial Services 공동 조사에 따르면, 1억 1100만 명의 미국 소비자가 BNPL 사용을 원하고, 미국 소비자 59%는 BNPL을 사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사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로 빅테크도 BNPL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금융위원회는 “선불전자 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이하 선불업자)는 대가를 추후에 지급받는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없고, 후불결제 업무 수행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면서도 “신용카드를 발행하지 않고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반으로 하는 후불결제 서비스가 신용카드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면서 우선 후불결제를 특례로 허용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에 속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게 됐다. 이에 네이버페이와 토스는 30만 원 한도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카카오페이는 15만 원까지 이용 가능한 모바일 후불 교통카드를 출시했다.
현재 네이버와 같은 전자금융업자도 금융서비스 제공을 허락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자금융업자들은 혁신서비스 지정 없이도 소액 후불결제가 가능해져 BNPL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에게 ‘나중결제’로 월 최대 130만 원까지 후불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을 주문할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외상 거래 형태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금융업처럼 규제를 받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불결제는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사용하니까 수수료가 엄청 높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용자는 수수료를 내지 않고 가맹점의 경우에도 선불과 후불 결제 수수료가 똑같은 구조다.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쓰기 때문에 더 손이 많이 감에도 수수료 테이블이 같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왜 BNPL 서비스에 진출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BNPL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클 집단인 젊은 세대가 미래의 잠재고객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BNPL을 통해 당장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고객 저변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을 자사 금융 플랫폼에 묶어 다른 금융 상품으로 연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BNPL을 통해서 추가적인 소비가 발생한다는 것도 기대효과 중 하나다. 현재 한도가 30만 원이기 때문에 전체 결제 금액에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처럼 보인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BNPL이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씬파일러에게 비금융 데이터로 소비 여력을 찾아준다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엔 BNPL을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결제 생태계를 완성화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비여력이 생긴 씬파일러나 다른 이용자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등에서 이를 통해 추가로 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한도도 추가로 상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BNPL 서비스에도 우려되는 지점은 있다. 대안신용평가모델이 이용자의 채무 상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면, 구매대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이용자가 여러 BNPL 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더라도 BNPL 업체 간 이용자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여신(돈을 빌려주는 것) 관리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 조사에 따르면, BNPL 사용자의 3분의 1이 대금결제 시기를 놓쳤고 그중 72%는 신용도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BNPL은 편리하지만 상환 능력 이상으로 과소비를 부추기고, 가계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의 후불결제 서비스 연체율이 신용카드보다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고객의 지난 3월 연체율은 1.26%로 신용카드 연체율(0.54%)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후불 결제 한도가 30만 원이기 때문에 전체 분모가 작아, 적은 금액이 연체되더라도 연체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입장이다. 한국신용정보원 신용정보관리규약과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업체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개인 대출 및 신용 정보는 금융사가 아닌 기업에 제공할 수 없다.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사로부터 신용불량자의 연체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정보 교류가 막히면 금융사 다중채무자가 핀테크의 BNPL을 이용하면서, 이들이 연체를 할 경우 연쇄 부실로 이어져 추가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고은아 수석연구원은 ‘해외 BNPL 시장 동향과 국내 시장 전망’ 글에서 “카드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카드 수수료율, 대손충당금 등에 대해 강한 규제를 받고 있으나, 현재 전금업자들이 수행하는 후불결제업무에 관한 규제는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전금업자와 금융회사의 형평성을 위해 리스크 관리 및 수수료 등 동일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는 2.5% 이하로 제약받지만, BNPL 업체들은 최대 6%까지 수수료를 받고 있어 역차별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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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