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RE100을 알아보자 (3) RE100은 새로운 무역 장벽일까? | KS News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RE100을 알아보자 (3) RE100은 새로운 무역 장벽일까?
앞서 게재한 두 건의 칼럼에서 이야기했듯,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겠다는 ‘캠페인’입니다. 꼭 지켜야 하는 강제 요소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RE100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또 접근합니다. RE100을 유럽이 추진 중인 ‘녹색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에너지원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받아들여서입니다.
즉, 기업들은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유럽의 녹색 분류체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유럽으로의 상품 혹은 서비스 수출 시 탄소세와 같은 관세 부과, 혹은 시장 진입 자체의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결국 유럽은 RE100을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사용하려는 것일까요? 결론은, 일정 부분 맞습니다.
RE100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글이 최근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이는데, 근거는 대부분 ‘세금을 부과하니까’ 정도입니다. 이는 표면 현상만 본 단순한 논리입니다. 왜 ‘RE100이 교묘하게 짜여진 무역 장벽’일까요?
일단 표면을 보면, 유럽이 ‘RE100을 달성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 제재를 하겠다’고 하니 무역 장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RE100을 달성하지 않으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의 수출의 30%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사들이 나옵니다. 만약 RE100이 새로운 무역 장벽이라면 WTO에 제소하거나, 외교적으로 풀거나, 아니면 우리도 비슷한 수준의 무역 장벽을 만들어 대응 가능합니다.
여기서 무역 장벽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무역 장벽은 ‘국가 간의 경쟁에서 자국 상품을 보호하고, 교역 조건을 유리하게 하며 국제 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취하는 법과․제도적 조치’를 의미합니다.
만약, 유럽이 RE100을 자국 기업에게만 조금 덜 강력하게 적용한다면 무역 장벽이라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오히려 자국의 기업에게 먼저 RE100을 강제했기에 표면적으로는 무역 장벽으로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RE100은 공식적으로는 무역 장벽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무역의 비대칭성 때문에 RE100을 무역 장벽으로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논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량이 많은, 무역량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런 수출입 구조에 녹색 분류체계를 적용하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RE100과 녹색 분류체계는 수출입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큰 영향을 받는 비대칭적 규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국제의 시각으로 보면 RE100이 무역 장벽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입을 활발히 하는 우리나라에게는 RE100이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국가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RE100을 무역 장벽으로 볼 수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RE100의 다양한 측면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며 함께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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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