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멍든 ‘간편 송금’ 시장··· 해외 사례도 다르지 않아 | KS News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8일, 카카오톡, 토스 등 선불 충전 기반의 간편 송금 서비스가 금지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가 확산했다. 현재 간편 송금 서비스는 상대방의 계좌가 아닌 계정에 연결된 선불 충전 수단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본인 인증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전달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 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기존 은행 거래 이외의 간편 송금 서비스를 막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5.23%,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장외 주식도 3.7% 빠지는 등 외풍을 겪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간편 송금 서비스 중단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전자 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간편 송금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중단되는 서비스는 현행 간편 송금이 아닌 무기명 송금에 대한 중단이다. 즉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의 간편 송금 서비스에는 변화가 없고, 대신 해외 입금 목적이나 미성년자 거래 등이 차단된다는 의미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전자 금융거래법 개정안은 20년 11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며, 통과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 금융위원회 역시 현 법안의 보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자금이체업 관련 내용을 포함해 현실적인 개정안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간편 송금을 막는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간편 송금에 대한 규제로 해석된 이유는 무엇일까?
간편 송금, 글로벌 기업도 쉽지 않다
포춘 비즈니스가 집계한 디지털 결제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꾸준히 24.4%씩 성장해 총 19조 8900억 달러(2경 6742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오늘날 스마트폰 기술과 보급이 디지털 결제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다 보니 기존 금융사들도 기술 도입에 여념이 없으며, 새로운 IT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 뛰어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나 간편 송금 사업에 대한 사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데, 주목할 만 사례가 메타(前 페이스북)다.
2015년,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해 친구 간 무료로 결제 및 송금을 진행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 명의의 비자 또는 마스터 카드를 연결하고, 채팅 중 ‘$’ 버튼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수수료 없이 대화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결제에 사용된 금액은 페이스북을 거친 뒤 전달되며, 페이스북이 다른 은행으로 보내기 전 몇 초간 보유하는 게 특징이다. 2019년 메타는 송금 기능에 결제 기능 등을 포함해 ‘페이스북 페이(現 메타 페이)’라는 이름의 종합 간편 결제 서비스로 가다듬고, 현재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144개 국가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 내부에 포함된 송금 기능은 상황이 다르다. 페이스북은 미국 내 간편 송금 활성화를 위해 각 주마다 라이선스를 취득해 간편 송금 시장 확보에 성공했지만, 당장 유럽 시장 진출에도 실패했다. 페이스북은 2017년 11월에 영국과 프랑스 시장을 시작으로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도했는데, 2019년 6월에 새로운 국가를 추가하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의 간편 송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19년 9월에 발효된 ‘강력한 고객 인증(Strong Customer Authentication, SCA)’ 때문으로 보고 있다.
SCA는 유럽 경제지역 내 지불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전자 지불을 진행할 때 다단계로 인증하는 요구 사항으로, 기존 온라인 지불 방법에 사용자만 소유하고 있는 고유의 독립적인 요소를 두 가지 이상 활용해 인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기존 간편 송금 방식에 최소한 휴대폰 인증이나 지문 정보 등 두 가지 이상의 보안 요소를 활용해야 송금이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간편 송금이 간편하지 않게 되자 사업을 접은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 제도권 은행이 추구하는 거래 방식을 벗어날 수 없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보안과 제도권 도움 없이는 ‘간편’도 없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송금 철수 사례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간편 송금 시장 자체가 전 세계적인 관심거리며, 해결하기 쉽지 않은 주제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메신저의 주요 경쟁자인 스냅챗 역시 2014년 ‘스냅캐시’ 라는 간편 송금 결제 서비스를 공개했지만 4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사업을 철수한 이유는 간편 결제 업체와의 파트너십 종료가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벤모(Venmo)나 젤로(Zello), 페이팔 같은 송금 전문 기업과의 경쟁, 그리고 구글이나 애플 등 플랫폼을 등에 업은 글로벌 기업들의 결제 및 지갑 시장 진출 등이 배경이다.
해외 사례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이번 카카오톡 간편 송금 제한 논란도 핀테크 기업들과 기존 제도권 은행이 추구하는 방법이 달라서 발생한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전자금융 사업자가 금융 결제망 내에서 예금 및 대출 업무를 제외한 계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 지급결제업 도입을 철회하는 대신, 기존 전자자금 이체업을 활성화해 핀테크 기업들도 계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시사한 만큼 간편 송금 자체가 압박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핀테크 시장이 기존 제도권의 틀을 벗어나 금융 혁신을 달성할지, 아니면 제도권이 구축한 안전한 금융 환경 내에서 걷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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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