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어밸브 “농사가 어려우세요? 스마트팜으로 해결하세요” | KS News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10월 5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농업 생산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성장 강화를 위해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일부 농업인이 활용하는 스마트농업을 확산할 수 있도록 민간 역량을 높이고, 품목별 도입 확산과 연구개발(R&D), 데이터 등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향후 5년간 청년농 3만명을 길러내고 농업시설의 30%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내비쳤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농 비중은 56%에 달한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농업의 생산성 효율을 담보하려면 청년의 농촌 유입을 늘려야만 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업혁신을 꾀하는 스마트농업은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늦었다는 평가다.
특히, 바이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구현한 스마트팜은 식량자급률과 식량 안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가뭄과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닥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스마트팜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해외 선진국이 앞다퉈 스마트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 2020년 138억 달러(한화 약 19조 5,339억 원)이던 시장규모는 2025년 220억 달러(한화 약 31조 1,41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팜 보급률은 1%에 못 미친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국토 면적과 일조량 등 농업 조건이 좋지 않은 네덜란드의 스마트팜 보급률은 90% 이상이다. 네덜란드가 전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인 이유다.
어밸브(AVALVE)는 보다 효율적인 스마트팜 구현을 위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어밸브 박규태 대표(이하 박 대표)는 “농업을 접해보지 않는 초보자라도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작물 생산부터 판매까지 농사에 필요한 여러 과정을, AI로 분석해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솔루션을 제공한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기계공학도로 시작해 스마트팜 개발자로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어밸브는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 대표: 어밸브는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작물 생산에 필요한 하드웨어보다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 단계에서 AI 기술를 활용해 작물의 성장 속도, 품질 등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 농업은 농부가 항상 논, 밭을 다니며 작물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병충해는 생기지 않았는지, 오늘 바깥 날씨는 어떤지, 일조량은 괜찮은지, 잎이 시들지는 않았는지 등 모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농사를 경험하지 못한 초보자는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현재 작물 상태가 어떤지, 비닐하우스 안 온도는 적당한 것인지, 작물에 영양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어밸브는 경험 바탕의 작물 재배 노하우와 고된 노동 과정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했다. 어밸브의 스마트팜은 작물을 카메라로 촬영해 현재 상태를 비전 인식으로 분석, 상태를 파악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CO2), 광량, 양액(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무기 양분의 수용액) 농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또한, 사람의 손이 필요한 작업일 경우,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알림을 통해 늦지 않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IT동아: …누구나 농부가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쉽게 믿기지 않는다. 10년, 20년 경험을 쌓은 농부도 한해 농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박 대표: 하하. 음… 우리의 지향점이다. 농업 초보자도 농업 전문가처럼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개발했다고 자부한다.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자동화하고, 작물 품종에 따라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어한다.
현재 엽채류(버터헤드레터스, 로메인, 청경채, 케일, 카이피라, 이자벨 외 32종), 허브류(로즈마리, 페퍼민트, 바질, 세이지, 레몬밤, 그린민트 외 27종), 특용작물(새싹삼, 인삼, 산업용 대마, 고추냉이, 특수 화훼 등)의 데이터를 취득하고 있으며, 작물별 모든 생육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하고 있다. 각각의 작물 생육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는 국내 최대라고 자부한다(웃음).
IT동아: 특용작물이 눈에 띄는데.
박 대표: 맞다. 초보자가 농사짓기 어려워 하는 고부가가치 작물의 성장 데이터를 고도화하고 있다. 산업용 대마(HEMP), 새싹삼, 특수 화훼 등은 전문가도 농사짓기 어려워 하는 작물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크기 때문에, 일반 작물 대비 농가가 얻어갈 수 있는 수익 기대성도 높다.
실제로 올해초 경상북도 안동에 산업용 대마를 재배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설치, 대마를 의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의학적 효능을 인정받은 ‘칸나비디올(CBD)’ 함량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전라북도 김제 화훼 단지에 600평 규모의 국화 유리온실과 3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작물은 새싹삼이다. 코이카(KOICA), 롯데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새싹삼 재배를 고도화했고, 베트남 농업농촌부와 MOU를 맺으며 약 4만평 규모의 베트남 하이테크파크에 새싹삼 재배용 스마트팜을 설치하고 있다. 1년~2년 정도 생육한 새싹삼은 하루이틀만 신경을 쓰지 못하면 바로 죽을 정도로 환경에 민감하다. 이를 초보자도 기를 수 있도록 어밸브의 AI 솔루션을 고도화했다. 이외에도 아직 공개할 수 없는 특수 작물과 화훼의 생육 데이터를 계속 파악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활용처로 스마트팜을 떠올렸습니다
IT동아: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박 대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머신러닝, AI, 로봇제어 등을 연구개발했다. 학사, 석사 과정을 취득하며 ‘이렇게 학습한 내용을 어떤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일반 회사에 취업할지,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할지, 나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업을 선택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은 어디일지 찾았다. 그런 와중에 스마트팜 관련 소식을 접했고, 여기에 참여한다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학원을 다니며 2019년 어밸브를 창업했고, 석사 과정을 마쳤다. 초기에 3명과 함께 어밸브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17명으로 늘어났다. 아, 초기 멤버부터 지금까지 어밸브에 합류한 직원은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았다(웃음).
스마트팜에 AI을 담아내고 싶었다. 스마트폼에 필요한 다양한 센서를 어떻게 제어할지 고민했고, 작물의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분석해 농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참고로 다음 단계를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이다. 1~2평 규모의 면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는 넓은 농장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서 수십~수백 대를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자 드론을 통해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작물을 촬영,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IT동아: 원래 농업에 관심이 많았었나.
박 대표: 하하. 아니다. 잘 몰랐다. 농업을 잘 몰랐다. 방금 말했듯 AI를 전공하며 쌓은 능력을 어떻게 의미있게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스마트팜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팜의 매력에 빠졌다. 스마트팜은 미래에 닥칠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매력적이었지만, 성장하는 초록색 작물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으로 잘 기를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달까(웃음).
그렇게 점차 어밸브만의 스마트팜 솔루션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작물 데이터를 늘리고, 농가에서 힘들어 하는 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초보자도 쉽게 농사짓는 방법을 찾고, 작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스마트팜, 도시농업 등으로 주목받으며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작년 매출 2.1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은 약 10.1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보수적으로 세운 내년 목표는 50억 원 정도다.
국내 관심도 높지만,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동, 동남아의 관심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넓은 사막기후 지대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중동 지역에서 스마트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실제로 컨테이너 단위의 샘플을 요청하는 곳도 있어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팜 하드웨어 협력사도 계속 늘려나가는 중이다.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핵심 부품은 내부에서 놓지 않고 있지만, 유리 온실 및 비닐 하우스의 섀시, 재료 등은 협력사와 함께 하고 있다.
어밸브는 농가의 지원자입니다
IT동아: 다른 스마트팜 제공사와 비교해 어밸브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박 대표: AI을 활용한 솔루션, 소프트웨어다. 작물 성장 데이터를 그 어디보다 많이 쌓았다. 또한, 호환성이다.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타사의 스마트팜 하드웨어와도 연동할 수 있다. 개발이 필요한 부분을 내부에서 처리한다. 즉, 다른 스마트팜 제조사의 하드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농가에서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실제 테스트해본 결과, 우리의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평균적으로 수익성은 20%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년 동안 감자를 재배한 농부는 스스로를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유를 묻자 감자는 1년에 한번 수확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10년을 재배했지만, 그저 10번 수확해 봤을 뿐이라는 의미였다.
어밸브가 쌓고 있는 작물 성장 데이터를 그래서 의미있다. 데이터를 쌓을수록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농부의 노동 시간을 줄여 준다. 작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어한다. 재배 트레이를 위로 쌓을수록, 단위 면적당 재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 같은 면적이라도 재배량이 달라지는 이유다.
지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내년에는 시리즈B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앞으로도 우리 어밸브는,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자로 성장하고자 한다. 우리가 도전하고 있는 스마트팜의 미래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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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