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산업용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 찾는다 | KS News
[IT동아 권명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한 현대 사회는, 비대면 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직면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대면 문화 위주로 발전했던 사회는 온라인 속 세상에서 만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가치를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때 선진국이라 불리는 전세계 경제규모 상위 20개국을 포함하는 GDP 상위 50% 해당 국가들은 이동을 제한하는 격리로 몸살을 앓았다.
포스트코로나(Post-COVID).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뜻하는 말이다. 집합문화의 대명사였던 학교는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매일 회사로 출퇴근을 반복하던 직장인은 집 한켠에 나만의 사무실을 만들어 업무를 진행한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과 결제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몸이 아픈 환자는 화면 속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약을 배송받는다. 포스트코로나, 비대면 시대는 이제 현실이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메타버스(metaverse)다. 초월 또는 그 이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더한 메타버스(metaverse)는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공간을 구성하고 활용했다. 인터넷 등장 초기에는 텍스트 기반의 채팅, 게시판을 통해 소통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 이미지 기반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로 확장했으며,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빠르게 실시간 동영상으로 접한다.
이러한 방식들은 대부분 사실, 생각, 감정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와 달리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동일하게 또는 변형해서 구현하는 목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다. 학교, 회사, 공연장, 공원 등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에 입체적으로 만들어 모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바타(avatar)를 이용해 온라인 공간에 입장,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 활동을 이어간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조정하여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함께 입학식・졸업식・회의 같은 공동 활동을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공간 자체는 가상적이지만 경험의 효과는 실제적이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연동해 경제적 가치 창출 외에도 사회적 교류와 문화 활동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3D 그래픽, 5G,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며,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MS, 메타 등 글로벌 기업이 도전하는 메타버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업무 중심적인 비즈니스 플랜으로 메타버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인 엑셀(Excel), 파워포인트(PowerPoint), 워드(Word)로 대표되는 MS-office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업무 환경을 그대로 가져오고자 한다. 또한, 비즈니스 인맥을 연결해주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을 30조 원에 인수해 자발적으로 본인의 전문 분야를 드러내는 전문가 네트워크 데이터를 획득했고, 이후 세계 최대 오픈소스 저장소 깃허브(Github)를 인수해 프로그래머 커뮤니티를 MS의 개발 생태계로 끌어들였다.
MS는 하이테크 기업으로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에 직접적으로 현금흐름을 가져오는 재무적 가치보다 당장 이익은 없더라도 산출물과 개발자의 협업 생태계를 자사의 포트폴리오에 더하는 선택을 가져왔다. 이는 클라우드와 협업도구 서비스에서 기업과 업무 중심적인 전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형태다. 이러한 선택을 통해 클라우드에서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애저(Azure)’, 비즈니스 협업 플랫폼 ‘팀스(Teams)’ 등을 발전시켰다.
MS의 이러한 선택과 확장은 PC, 노트북, 스마트폰으로 이어진 업무 환경을 온라인 가상세계에서도 제공하는데 있다. 자사의 기술 스택인 Azure와 Teams로 고객들이 업무 환경과 관련된 메타버스를 직접 구축하고 물리적인 공간과 디지털 세계을 통합해 업무를 진행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FACEBOOK)에서 사명을 변경한 메타(META)는 자신을 소셜 테크놀로지 회사로 정의한다.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왓츠앱(WhatsApp) 등을 통해 수십억 명의 사람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메타는 사명을 변경하면서 메타버스의 일상화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2D 화면을 넘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같은 몰입도 높은 환경에서 소셜 테크놀로지에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포부다.
지난 2014년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하며 메타버스를 시작한 메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분기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를 230만 대 이상 판매했고, 2021년에는 1,000만 대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메타버스는 가상현실과 게임만을 의미하지 않고, 우리가 실재하는 환경과 유사하도록 끊임없이 동기화되는 하이브리드한 환경”이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인터넷에 하루 종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인터넷에 더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초월해 더 자연스럽게 인터넷 환경에서 소통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일상의 소통 경험을 메타버스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메타는 지난 2022년 6월 자사 플랫폼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 아바타 전용 디지털 패션 의류 매장을 출시하고, 명품 브랜드의 가상 의류를 판매하는 ‘메타 아바타 스토어(MetaAvatars Store)’를 선보였다. 기존에 무료로 제공하던 수백 개의 의상 옵션과 프라다(Prada), 발렌시아가(Balenciaga), 톰 브라운(Thom Browne) 등의 명품 브랜드 의상을 추가했다.
메타버스의 미래에 집중하고 있는 MS와 메타는 각자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지만, 양사간 협력도 이어나간다. 메타는 지난 2022년 10월 11일(현지시간), 시선 추적과 표정 인식 기능을 탑재한 가상현실 헤드셋 신제품 ‘메타 퀘스트 프로’를 공개하며, 메타버스용 업무용 기능을 위해 MS, 줌과 협업을 발표했다. 이어서 MS는 바로 다음날 기술 컨퍼런스 ‘MS 이그나이트’에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화상회의할 수 있는 ‘메시 아바타’ 기능을 공개하며, 메타 퀘스트 프로와 연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산업 시장에서 가치 찾는다
기술 변화와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메타버스의 기대 가치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교육 분야는 게임, HCI,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에서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과를 증명하며 확대 추세이고, 문화/예술 분야는 전시·공연 공간을 그대로 디지털 가상세계로 옮겨오는 형태에서 나아가 상호작용과 시공간성 확장 방식으로 변화했다. 또한, 홍보/마케팅 분야는 전통 미디어와 일부 온라인 미디어의 일방향적 소통 한계를 벗어나 몰입형 광고와 오가닉 마케팅을 위한 기회 확대를 꾀하며,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업계의 주요 자산인 파워 셀레브리티와 팬 간의 상호작용을 다양화 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이제 메타버스는 산업현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제조생산 설비, 건축물, 교통망, 도시의 외형 등 물리적 특징과 작동 방식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현장의 문제 해결을 효율적으로 돕는 형태다.
지난 2022년 5월 24일, MS는 개발자대회 ‘빌드’를 통해 산업용 메타버스를 공개하며,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의 생산 공장 내 산업용 로봇이 오작동하자, 공장 내부를 똑같이 복사한 가상세계 공장에서 로봇팔의 흡입력이 약하다는 경고문이 나타난다. 이에 공장 직원이 VR 기기 홀로렌즈를 끼고 로봇 앞에 다가가자, 로봇을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가 직원에게 원격으로 로봇을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MS는 공장의 산업현장과 가상세계를 연결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BMW는 지난 2021년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를 활용해 가상공장을 세웠다. 직원들이 각자 다른 공간에 있더라도 옴니버스를 통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3D 영상과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재택근무가 많아진 요즘 각자 집이나 카페, 회사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화상회의를 하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동시에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BMW는 실제 공장을 건설하기 전, 가상공장에서 최적화된 생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설계도 진행한다.
코카콜라의 창고 노동자는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고 상품을 다루는 데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한다. 두 팔이 자유로워 음성 제어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자동화된 QR 코드 스캔을 통해 맞는 상품을 찾고 오류를 방지한다. GE, BMW, 보잉, 에어버스, 월마트, DHL 등 세계적인 제조·유통·물류 기업도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기술을 업무에 도입해 효과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디지포레는 제조 특화 AI 메타버스를 결합한 가상 스마트 공장을 체험할 수 있는 ‘제조AI메타버스 팩토리’를 선보였다. 제조AI메타버스 팩토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고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전담하는 민·관 협력 ‘인공지능 중소벤처제조 플랫폼(KAMP)’의 AI 데이터셋과 디지포레 확장현실(XR) 솔루션을 결합한 플랫폼이다. 제조 AI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것이 특징으로, 현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정을 체험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현실과 같은 메타버스 속 산업현장은 자동차, 항공기, 건축, 선박 등 최소한 CAD 기반의 모든 산업현장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우리의 생활과 작업 환경을 텍스트 기반에서 이미지 기반으로, 2D/3D 기반에서 3D/4D 기반으로, 물리적 제약을 받는 현실세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가상세계로 전환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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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