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메디플렉서스 “의료 데이터 분석, 정밀 의료 힘 싣는다” | KS News
[IT동아 차주경 기자] 정보통신기술은 기존의 산업과 융합해 여러가지 새로운 서비스를 낳았다. 특히, 각종 전자 기기와 온라인에서 꾸준히 만들어지는 ‘데이터’는 활용 가치가 아주 높다. 데이터를 분석, 활용해 만든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는 우리 삶을 한결 더 편리하게 한다. 그런데, 이 흐름과 달리 아직 데이터 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은 부문이 있다. 의료 부문이다.
환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한다고 하면, 의료계와 환자는 거부감을 느끼거나 걱정을 한다. 이 탓에 발전이 지연됐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의료 부문에서 다뤄야 하는 데이터는 아주 전문적이어서 다루기 어려운 점이다.
임상 연구 가능한 의료 데이터 ‘진료차트(EMR)’를 예로 들자. 진료차트는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할 때 만든다. 따라서 의사마다 기록하는 방법이 다르고 주관도 많이 들어간다. 환자마다 지표도 다르다. 저장 양식도 표준화되지 않아 병원마다 각기 다른 형식으로 저장한다. 이렇게 쌓인 진료차트를 분석하려면 의학 지식을 토대로 아주 어려운 큐레이션(분류) 작업을 거쳐야 한다. 정보통신과 데이터 전문가가 이 작업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즉, 우리나라의 의료 데이터는 분석과 활용 모두 어려운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의 효능은 높이고 개발 비용은 줄이며, 임상 연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많았다. 덕분에 성과도 많이 냈다. 이 흐름을 읽은 김동규 대표는, 우리나라에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장을 준비하려 메디플렉서스를 세운다.
의료 데이터 기반 임상 연구 플랫폼 기업 메디플렉서스는 실사용증거(RWE)를 통한 임상 연구 전략 솔루션 ‘올리(AllRe)’를 만든다. 연구자들이 의료 데이터를 연구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모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의료 데이터 환경과 특수성을 고려하고, 김동규 대표와 임직원들의 제약 임상·의학 연구 경험도 반영해 만들었다.
메디플렉서스는 올리를 ‘연구 개발 시 의사 결정을 돕는 기술’로 소개한다. 임상 연구를 예로 들자. 기존에는 전향적 임상 연구 시 환자 모집 지연율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임상 연구 시작 전이나 후에는 대상 환자가 많지만, 정작 진행 중에는 대상 환자가 적어 보인다는 일명 ‘라자냐 법칙’이 일어난다. 임상 연구 대상 환자를 사전에 정확히 선별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스레 임상 연구와 제약사의 치료제 개발 기간, 환자의 치료 기간 모두가 지연된다.
올리는 임상 연구 시 환자군을 쉽고 빠르게 확인하도록 돕는 정보를 제공한다. 덕분에 임상 의사나 신약 연구원 누구나 올리를 써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리고 앞으로 쌓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맞춤형 의학 연구’도 가능하다. 이는 곧 환자마다 다른 임상 특성을 데이터로 이해하는 ‘정밀 의학’의 출발점이다. 그래야 환자에게 알맞은 치료 방법과 치료제를 개발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30여 종 이상의 신약 가운데 10종 이상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환자 중심 치료제가 아니었던 탓에 효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끈 사용자 맞춤형 가전 제품처럼, 환자의 임상 특성을 이해하고 만든 환자 중심 치료제만이 좋은 효과를 낸다고 메디플렉서스는 강조한다.
메디플렉서스는 모든 질환을 분석하는 ‘올리 멜로디’, 특화 전문 질환을 분석하는 ‘올리 프로’를 출시했다. 의료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본 준비물이라는 설명, 올리로 유용한 분석 정보를 만든 이후 비로소 의료 데이터의 활용이 시작된다는 설명과 함께다.
미국을 포함한 의료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의료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데이터와 분석 정보를 거래했다. 덕분에 임상 연구와 제약 기업의 신약 개발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 기업이 나왔다. 임상 환자 모집과 설계 등 연구를 효율화하고, 치료 제품의 기획 부터 연구 개발 전략에 필요한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메디플렉서스의 목적이다.
김동규 대표는 최근 등록된 올리의 특허가 우리나라 의료 데이터 업계에 굵은 획을 그은 큰 성과라고 강조한다.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의료 데이터 특허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의료 데이터의 저장과 추출 방법만 다뤘다.
반면, 올리의 특허는 의료 데이터의 분석 기술을 다룬다. 데이터베이스 임상 연구 방법라서 실제 의료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쓴다. 해외 기업은 질병의 합병증 예측을 포함한 여러 유용한 기술을 의료 데이터 분석 기술로 확보, 산업재산권으로 다룬다. 메디플렉서스도 이번 특허를 시작으로 더 다양한 부문의, 풍부한 분량의 의료 데이터 특허를 등록해 시장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그의 계획을 헬스케어 클러스터인 홍릉강소연구특구가 돕는다. 이미 메디플렉서스의 창업과 기술 마케팅, 홍보와 네크워킹을 지원했다. 김동규 대표는 이 지원을 토대로 기술을 다듬고 해외 전시회, 컨퍼런스에 적극 참여해 의료 데이터 분석 기술을 알릴 예정이다.
올해 창업 2년차인 메디플렉서스는 많은 성과를 냈다. 의료 데이터 활용법 공동 연구를 골자로 제약기업과 대학병원, 임상연구수탁기관(CRO)등과 업무협력을 맺었다. 제약 기업에 의료·제약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연구 컨설팅도 도운 결과 유의미한 매출도 기록했다. 신용보증기금의 민간 투자유치 플랫폼 유커넥트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본선 우승도 차지했다.
대학 병원과 함께 하는 노인 질환 특화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메디플렉서스의 주요 사업이다. 이 연구가 성과를 내면 노인 질환 진료의 품질을 높이고, 근감소증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도울 전망이다. 자연스레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도 돕는다.
김동규 대표는 의료 데이터 분석과 활용 서비스 개발, 그리고 의료 데이터 연구자 양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중요하게 여긴다. 의료 데이터를 치료제 개발 관점으로 연구하거나 서비스로 만들 인력들이 이 부문의 발전을 이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의료 데이터 연구자는 거의 없었다. 그는 의료 데이터 연구자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 함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의학 발전에 힘쓰는 것, 이 시장을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키우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소개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의료 데이터를 보는 산업계와 환자의 시각도 바뀔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의료 데이터를 쓰려면 가명화가 필수다. 누구의 의료 데이터인지 알 수 없기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우려는 없다.
김동규 대표는 지금까지 만든 성과와 의료 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토대로 긍정 효과를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 데이터 분석 기술은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주고, 의료진과 제약 기업이 더 효과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도록 돕는다. 해외의 각종 선진 의료·제약 기술도 의료 데이터 분석에서 나온 결과다. 즉,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정보가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정보다.
김동규 대표는 “의료 데이터는 댐이 아닌 저수지 개념으로 다뤄야 한다. 무조건 많이 저장할 것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알맞은 분량만 저장하고 적재적소에 빠르고 원활히 제공해야 한다.”며 “메디플렉서스는 연구나 활용 목적에 맞도록 의료 데이터를 질환별로 분류하고 이를 분석, 활용해 성과를 내겠다. 성과를 의료 기관에 전파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의료 데이터 시장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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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