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 재개 검토…‘합의 무시’ 북한 도발에 맞대응 – KS News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는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는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유력한 대응 카드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도 대북 정보 유입 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드론 즉 무인기 영공 침범 행위에 맞서 또 다시 한국 영토를 침범할 경우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한국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0일 대북 확성기 시설과 관련해 “대비태세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확성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심리전 차원에서 한국 노래, 한국의 발전된 생활 모습 등에 대한 방송을 하는 설비입니다. 북한체제와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도 내보냅니다.
방송은 북한 측으로 24여km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은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판문점선언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무력도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수준으로 반복되고 특히 최근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9.19 군사합의에 얽매이지 않고 비례적,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9.19 남북 군사합의도 지금 북한의 위반으로 사문화가 된 이상 당장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 대북 심리전 방송이기 때문에 이것이 지금 재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심각한 수준의 도발을 감행할 때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대응 카드로 활용하곤 했습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 그리고 2016년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 직후 방송을 전격적으로 내보냈습니다.
이는 북한이 전방 지역 주민들과 군인들을 향한 한국의 확성기 심리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대북 압박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실제로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당시 한국 군이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경기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조준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습니다.
이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측 참석자들은 목함지뢰 도발에 공식 유감을 표하는 대신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 당국간 회의 합의문에 북한이 사실상 사과의 뜻을 담은 유감표명을 명문화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대북 확성기 심리전은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는 비대칭 전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확성기 같은 경우는 우선 성능이 대한민국이 뛰어나죠. 그리고 전력 제공도 대한민국이 월등하게 뛰어나죠. 컨텐츠, 그 내용도 북한과는 비교가 되질 않아요.”
한국 통일부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3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4조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행위가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의 금지’ 사항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면 합의문에 명시된 ‘금지 행위’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라 대북 전단 보내기 활동을 중단했던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도 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지난 2018년 4월 이후 대북 전단 보내기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북 전단은 북한이 언론을 개방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인도주의 운동이라며 지난 2020년 제기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조속히 위헌 판결로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최근 해당 법률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르면 대북 전단을 살포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미화로 약 2만 4천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전단을 금지한 남북합의서 효력이 정지될 경우 이 처벌 규정도 동시에 무력화되도록 명기돼 있습니다.
하지만 9.19 합의 효력 정지가 결정돼 대북 전단 등 행위가 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되더라도 합법 행위로의 인정 여부는 또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통일부의 유권해석을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9.19 군사 분야 합의가 구체적으로 전단, 확성기 방송의 중단 이런 게 들어있으니까 이 부분을 효력을 정지시키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처벌이 면제되니까 가능해진다 이런 논리고요. 그러나 좀 더 넓게 확장해서 보면 ‘처벌하지 아니한다’이지 ‘전단을 보내도 된다’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고요.”
대북전단금지법이 만들어 진 이후에도 대북 전단 살포를 지속해 재판을 받았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조만간 무인기로 대북 전단을 날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겨울엔 북쪽에서 찬 바람이 내려와 대형풍선을 통한 전단 살포가 어려워 동력장치가 있는 무인기로 북한 지역 깊숙이 전단을 살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현행 법률의 준수, 민감한 남북관계 상황,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을 위해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전단 살포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김환용.
Photo Credit: Domenico Convertini, 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