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북한 대중 가발 수출, 전년 대비 4배
올 1~2월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VOA가 20일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2월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은 4천96만7천 달러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북한의 대중 수출액 6천220만 달러의 66%에 달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1만 달러)과 비교하면 4배로 급증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인조 모발 제품은 1억6천276만 달러어치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22년 1천131만 달러 대비 14.4배로 급증한 겁니다.
하지만 올해는 두 달 만에 이미 지난 한 해 수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 한 해 북한의 대중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이 지난해 기록을 경신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이날 VOA에 “중국 기업들이 북한의 병목현상 때문에 생산 기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있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수출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 1~2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300% 이상 높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사람의 머리카락과 양모 등 원료를 수입해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되파는 형태의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 1~2월 북한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제품은 사람의 머리카락과 양모 등 인조 모발 제품의 재료로 3천86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419만 달러) 대비 2.7배로 늘었습니다.
이는 올 1~2월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2억4천903만 달러의 15.5%에 달합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철광석과 석탄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이 막혀 외화벌이에 차질이 빚어지자 가발과 인조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을 늘려왔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의 대중 가발 수출 단가가 크게 올랐다”며 “가발은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국경 통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가발 이외의)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재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이란 점입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전 세계에 수출한 인조 모발 제품의 총액은 31억5천162만 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전체의 60%가 넘는 18억9천937만 달러입니다.
올 들어서도 중국의 최대 인조 모발 제품 수출국은 미국입니다.
지난 1~2월 중국이 전 세계에 수출한 인조 모발 제품 5억1천337만 달러 가운데 63%인 3억2천265만 달러어치가 미국으로 수출됐습니다.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업계 종사자 등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에서 반제품이나 완제품을 수입해 중국산으로 포장해 미국과 아프리카, 영국∙독일∙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산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중국에서 가공되는 가발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체 가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일부가 미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가발 수출에 특별한 제약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는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북한산 물품에 대한 수입과 재판매 등을 각국 독자 제재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앞서 VOA의 관련 질의에 미국은 북한산 가발의 미국 반입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2017년 8월 2일, 대통령은 이란, 러시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성국 대응법(CAATSA)’에 서명했다”며 “CAATSA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북한 국적자 또는 북한 주민이 전체 또는 일부를 제조하거나 채굴한 상품은 1930년 관세법에 따라 금지된 강제 노동 상품이라는 반박할 수 있는 추정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물품은 미국 내 어떤 항구에서도 입항할 수 없으며 압수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안보부는 또 “중국산 가발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 자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가발이 북한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CAATSA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산 제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이 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도 북한산 섬유 제품 등이 중국 상표를 달고 미국에 반입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북한에서 만든) 중국산 가발을 다른 나라로 재수출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산 가발의 유입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거래 출처와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회사가 북한으로부터 가발을 수입해 스스로 미국에 가발을 팔든, 다른 중국 회사에 팔아 그 회사가 다시 미국에 팔든, 그런 식으로 증거를 가지고 역추적해야 하고, 그러려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산 인조 모발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회사는 수출 업체나 그 하청업체 등이 북한 제품이나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기업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국토안보부 관세국경보호국(CBP)은 2022년 12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노동력을 사용해 제조된 중국산 제품들을 미국의 모든 입국항에서 압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압류 대상은 징더무역(Jingde Trading Ltd.), 릭신식품(Rixin Foods. Ltd.), 저장 선라이즈 의류그룹 (Zhejiang Sunrise Garment Group Co. Ltd) 등 3곳의 중국 업체에서 생산된 제품들이었습니다.
당시 조치는 이들 업체들이 공급망에서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CAATSA)’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CBP 조사결과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 사는 2012년부터 약 5년 간 중국 소재 2개 납품업자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2019년 엘프 사에 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