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가상화폐 믹서 자금’ 거래 금지법안 발의
미국 하원에서 가상화폐 믹서를 통해 송금된 돈의 금융기관 거래를 2년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북한이 믹서를 통해 핵 프로그램 자금의 절반을 조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민주당의 션 캐스텐 하원의원이 금융기관들이 가상화폐 돈세탁을 위한 기술인 ‘믹서’를 거친 자금을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블록체인 무결성 법안(Blockchain Integrity Act)’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10일 의회 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일 발의돼 금융위원회로 회부된 이 법안에 민주당의 빌 포스터, 브래드 셔먼, 이매뉴얼 클리버 의원 등 3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법안은 금융기관이 믹서를 통해 송금되는 자금을 취급과 사용 혹은 거래하는 것을 2년간 금지하는 한편 이 기간 동안 믹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재무장관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법무부가 믹서를 거친 자금의 불법 사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금융기관의 관련 자금 거래를 일시적으로 막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기간에 관련 거래를 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각 위반 건당 최대 10만 달러의 민사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집니다.
의원들은 이번 법안 발의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가상화폐 믹서를 통한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 자금 조달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캐스텐 의원은 이날 법안 발의 관련 성명에서 “디지털 자산 믹서는 불법 행위자들이 범죄 목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돈을 들키지 않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옮길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가상화폐는 전 세계 테러 공격 자금 조달에 사용돼 왔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절반은 믹서를 통한 가상화폐 탈취를 통해 자금이 조달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인 (거래) 금지 조치는 가상화폐가 불법적인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더 잘 이해하고,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테러를 예방하며, 향후 정책 결정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포스터 의원도 이날 관련 성명을 통해 “디지털 자산 믹서와 기타 익명성 강화 기술은 테러 단체와 국가 단위 행위자, 그리고 범죄자들이 미국의 안보를 훼손하는 금융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흔적을 감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재무부와 법무부에 법안 관련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 등 적성국들의 가상화폐 탈취 및 자금 세탁 문제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 2022년 8월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화폐 돈세탁에 관여한 믹서 업체 ‘블렌더’를 제재했고, 이어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이 탈취한 4억5천50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데 가담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믹서 업체인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윌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 4월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가상화폐 믹서를 통한 북한의 돈세탁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런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세컨더리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북한은 국가가 후원하는 수많은 복잡한 사이버 강탈 행위를통해 불법 수익을 획득하고 세탁하며 보관할 수 있다”며 북한은 “이런 자금의출처를 숨기기 위해 믹서와 같은 익명성 강화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미 의회에서도 지난해 8월에 이어 가장 최근인 지난 1일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서한이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주도로 백악관과 재무부 등에 발송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