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전문적·객관적 평가, ‘상품성 진단’ 들여다보니 | KS News
[IT동아 남시현 기자]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매출이다. 매출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고, 이는 기업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내놓을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또 매출은 얼마나 나올지,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고 비슷한 상품이나 경쟁사는 없는지 확인할 게 많다. 개인이 시장 조사를 잘해도 시행 착오는 겪게 되고, 현업에서는 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상품이 수요처를 찾지 못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창업 7년 이내 창업자, 예비 제조창업자를 대상으로 제품화 검증을 돕는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상품성 진단이란 초기 스타트업의 아이템 및 상품에 대해 사전 진단하는 프로그램으로, 추후 상품 가치에 대한 예상과 시장 반응을 얻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올해 총 15개 기업 선정··· 제조 전문 기업에서 멘토링
올해에는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에 40팀이 지원하여 총 15팀이 최종 선발됐고, 지난 5월 중순부터 기업 진단 컨설팅, 상품성 진단 보고서 작성, 솔루션 제공 및 보고서 전달 등의 과정이 진행됐다. 상품성 진단 멘토링은 전문 제조 기업을 중개하는 ‘볼트앤너트’의 마케팅 및 시장 전문가, 제품 개발 전문가, 판로개척 전문가 등이 참여했으며, 보고서는 올해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시장,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기업이 마케팅 전략의 수립 및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제공됐다.
그렇다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상품성 진단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번 진단에 참여한 기업 중 눈여겨볼만한 곳 세 곳을 선정해 화상으로 대화를 나눠봤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배우는 자리였다”
안은진 에밈 대표는 C컵부터 J컵 브래지어 및 의류를 만드는 어패럴 브랜드 에밈(EMIM)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유아이너프’라는 브랜드에서 C컵 이상 언더웨어를 기획하며 속옷 패턴이나 생산 관리, 마케팅 등의 기술을 익혔고, 관련 소비자 커뮤니티도 운영한다. 창업 계기는 “어릴 때부터 가슴이 커 브래지어에 불편함을 느껴왔고, 큰 브래지어가 필요하다고 느껴 업계로 뛰어들었다. 지금도 국내에는 수요가 없어 해외 직구를 해야 하고, 관련 서비스도 없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업계 경력이 있어 제품 구상부터 판매에는 자신이 있지만, 사업을 이끌고 시장을 만드는 건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20여 년 가까이 제품을 써온 만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잘 만들고 파는 건 다른 영역이다. 경쟁사도 분석하고, 제작 비용은 물론 자금 조달이나 투자 유치도 해야 한다”라면서, “그러다 K스타트업을 통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의 제조창업 네트워킹 데이에 참여하게 됐고,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을 알게 돼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업계 종사자 겸 소비자 입장이지만, 직접 받아 든 상품성 진단 보고서의 시각은 예상외의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제품 및 서비스, 경쟁사 분석, 시장 및 고객분석, 판로 및 마케팅 전략, 종합 및 요약까지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받았다. 특히 경쟁사 세 곳을 규모 및 매출별로 정리해 예상 매출을 가늠해 줬고, 또 국내 및 해외 시장분석과 성장세 등을 통해 시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정리했다.
또한 “소비 트렌드 분석을 통해 속옷뿐만 아니라 대체 시장 및 임산부 등 출산 업계로의 진출도 제시했고, 또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제안도 받았다. 인플루언서도 구독자나 비용, 성과를 통해 기대 효과를 정확히 알려 준 점이 인상적”이라 말했다.
초기 스타트업, 정확한 시장 판단에 전문가 조언 필요
안은진 대표가 상품성 진단을 통해 얻은 교훈은 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 그리고 새로운 판로 확보다. 안 대표 스스로도 전문가의 눈높이지만 제삼자의 시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규모에 따른 경쟁사 분석으로 타깃 시장을 정했고, 빅 사이즈 의류 등 대체 시장에 대한 견제도 포함됐다. 출산 업계에 대한 수요로 판로로 개척하는 등 향후 확장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많았다. 상품성 진단 없이 사업을 진행했어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겠지만, 더 세밀하고 높은 사업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의 사업 성과에 상품성 진단을 더해 올해 제품을 생산하고, 와디즈 펀딩 1억 달성을 세우겠다고 말한다. 마케팅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보고서에 포함된 마켓세분화(STP) 분석과 마케팅 4P 분석을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어려움을 이겨내 보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상품성 진단 보고서 덕분에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고, 시간과 자금을 모두 효과적으로 쓰게 됐다. 한번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다음에 지원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템,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받아”
이문봉 대표는 문제가 들어오면 이를 해결 한 뒤, 이를 지식재산권으로 만들어 이익을 나누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한다. 그는 특허 및 기획, 영업, 인수합병, 수출입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이 있고,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난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가 처음 추진하는 아이템은 칼 같은 도구 없이 맨손으로 쉽게 ‘분리수거용 박스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재활용 박스 중 약 10%가 제거되지 않은 테이프로 인해 재활용이 어렵고, 불필요한 운송, 제거공정복잡·막힘·기계마모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기존의 손쉬운 제거 방식은 카드나 이형지 등 부산물이 더 나오거나, 테이프 생산 설비 등을 바꿔야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 상품이 상용화된다면 분리수거 회수율도 늘리고, 택배 등을 더 쉽게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각국의 필요한 국가들에 특허 등록을 출원을 마치고 제품화와 사업화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나름대로 국내외 경쟁 제품 분석 및 제품화를 구상했으나, 문제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제품이 어떻냐는 점이었다.
이 대표는 “제품 및 상품화는 진행 중이고, 외부의 시각에서 제품이 어떨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비밀 유지를 약속받고 상품성 진단에 참여했다”라면서, “상품성 진단은 진단 그 자체에 국한하지 않고 배경이 모두 다른 창업자들이 성장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상황들을 전반적으로 짚어준다. 제품 및 서비스에서는 제품 활용성과 타깃 시장, 편의성 등이 포함됐고, 제품 고도화 측면에서 제작 시 기획, 디자인, 목업, 금형 사출에 대한 정보, 시제품 제작 시 양산 과정 등 쉽게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모두 조언받았다.
그는 “발명가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내놓으면 세상이 바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고, 또 제조 가능성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제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라면서, “초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유출이 걱정된다면 임시출원제도를 통해 아이디어를 등록 미리 특허청에 출원하고, 그 다음에 상품성 진단 등을 신청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대다수 스타트업은 마케팅 놓치기 쉬워
이 대표의 경우 상품성 진단에 앞서 아이디어 선정과 시제품 개발까지는 진척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업을 신청한 이유는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하고, 경쟁사나 시장분석, 타 업계 전문가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뜻밖에도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은 마케팅 조언이다.
당초 이 대표는 신문, 팸플릿 등 고전적인 광고를 생각했다. 그런데 멘토 측에서 ‘사용성을 고려했을 때 숏폼, 라이브 커머스 등 상품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최근 전자상거래의 핵심이 유튜브 쇼핑, 인스타그램 쇼핑으로 전환되는 것을 간과했던 것인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고객을 통한 평가가 아닌 전문가 의견인 점이 중요해”
마지막으로 만난 스타트업은 친환경 건축 자재 관련 사업을 시작한 ‘그린빌드’다. 김국희 그린빌드 대표는 25년간 건축 유통회사에서 일했고, 작년에 예비창업패키지를 거쳐 스마트건설창업경진대회 입상을 계기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산하 센터에 입주해 있다. 현재 사업은 친환경 건축 자재 생산, 관련 자재 유통 및 정보 제공 마켓플레이스 구축에 초점을 잡는다.
그는 “건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38%에 달하고, 해외에서는 친환경 건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우선이라 아직 관련 시장이 크지
않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올리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사업은 ‘그린빌드’ 마켓플레이스와 건축전문홍보마케팅이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이 기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기업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대표자 개인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어 고객인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초기 스타트업이 브랜드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마케팅화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해 “건축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 오브제는 이를 보여주기 위한 사례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업계 경력이 상당하지만, 상품성 진단 보고서를 통해 다른 분야의 전문 시각으로 견문을 넓혔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은 시장, 고객 검증으로 의견을 받는데, 전문가의 시선이 담긴 보고서는 또 다른 시각이더라. 원래는 오브제 느낌으로 시장을 선정했는데, 보고서는 매출 확대를 노리는 실내 인테리어 기업, ESG 관련 기업과의 접촉을 추천했다. 또 제휴 마케팅, 협력관계 대상도 제안했고, STP 전략을 통해 시장 집중도도 높였다”라고 말했다.
상품성 진단 이어 소싱디렉팅·제품개발로 이어지는 지원 사업
김국희 대표의 경우 상품성 진단을 통해 타 업계 전문가의 시각을 빌려오고, 상품 가치의 재조정을 구상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과기대 소싱디렉팅(Sourcing Directing) 및 제품개발까지 지원한 상태다. 소싱디렉팅은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제조 부문과 디자인 부문의 전문가 컨설팅이 진행되고, 이를 토대로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제품개발 프로그램과 연계된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자로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 프로그램에도 지원했다. 사업에 합격한다면 구상하고 있는 친환경 건축자재 시제품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특히 오브제 형태의 시제품의 경우 디자인 최적화와 경제성, 효율성까지 모두 구상해야해 공수가 많이 드는데, 이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면서, “우리 일은 버려지는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친환경 인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인터뷰를 통해 들은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의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의 진가는 창업자 본인도 잘 모르거나 생각지 못했던 분야의 정보와 접근법을 제안하는 데 있었다. 에밈, 난제연구소, 그린빌드 모두 기존에 본인 사업에 대한 이해가 있어도,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만큼 놓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고 시행착오를 줄이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시간과 자금’을 절약할 수 있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상품성 진단에 이어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을 진행한다. 또 어떤 기업들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게 될지 기대되는 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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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