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산업현장] 1. “NFT는 다양한 산업에서 발전할 것” | KS News
[IT동아 정연호 기자]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열기는 빠르게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사회의 온도가 놀랄 정도로 뜨거워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로 한정해 보더라도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가 말 그대로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 자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현재 NFT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그러하다. “NFT는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일 뿐이다”라는 말에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절반의 사실”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진 NFT를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신기술이 늘 그래왔듯,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더라도 NFT는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발전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NFT와 산업이 만난 현장을 취재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다.
“NFT는 다양한 산업에서 일상화될 것” 업계 관계자 전망..NFT는 계속 발전 중
지금까지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산업은 디지털 아트 시장에 의해 주도돼 왔다. 최근엔 김환기 작가의 그림 ‘우주’ NFT가 약 7억 3천만 원에 팔린 것처럼,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아트 시장은 시장성 검증이 완료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앞으로도 디지털 아트 시장은 NFT 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물 그림을 NFT화 하는 방식은 대중적인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미술 시장에서 고가의 미술 작품이 주로 거래되던 것처럼, 미술 작품의 NFT 가격도 일반 이용자가 거래에 참여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NFT 디지털 자산의 미래’의 저자인 이임복 작가는 “작년까진 NFT를 구매한 뒤 비싸게 되파는 것이 주된 컨셉이었다면, 올해는 기업들이 멤버십으로 NFT를 발행한 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NFT 시장이 일반 대중에게로 넓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메타콩즈와 협력해 커뮤니티 기반 NFT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로 메타모빌리티를 주제로 한 NFT 작품을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런칭한다. LG생활건강은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인 ‘빌리프’ 세계관을 담은 ‘빌리프 유니버스’ 캐릭터를 NFT로 제작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캐릭터 포즈나 상황을 NFT에 반영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치킨 브랜드 BBQ도 자사의 닭 캐릭터 ‘치빡이’를 NFT를 발행했다. 이임복 작가는 “아이돌이 팬덤을 보유하듯 기업도 로열티를 가진 팬층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단순히 NFT를 발행하는 것에 그쳐선 팬층을 확보하긴 어렵다. 기업들은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 회원 전용으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이자 업루트컴퍼니의 이장우 CEO는 NFT를 통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IP(지식재산권) 산업의 혁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AYC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NFT 프로젝트는 NFT 구매자에게 소유권과 저작권을 같이 판매한다. 때문에, 원숭이 NFT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IP사업을 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런 커뮤니티는 강력한 유저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BAYC같은 경우엔 BAYC를 알아보는 유저가 많기 때문에, IP도 더 강력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BAYC NFT를 구매하면 원숭이 가상 밴드를 만들거나, 유튜브 영상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NFT는 대다수의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이장우 교수는 “NFT가 디지털 아트 창작자에게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됐다. 디지털 파일은 복제가 가능해서 희소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NFT가 원본임을 입증해줌으로써 NFT 거래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러고 말했다.
지금까지 디지털 아트 창작자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기 어려웠다. 창작물을 SNS 플랫폼에 올려도 이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공짜 노동’을 하던 셈이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창작자와 광고 수익을 공유하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창작자는 광고비도 받을 수 없었다. 이젠, SNS 플랫폼 등을 거칠 필요 없이 디지털 파일과 원본임을 입증하는 NFT를 함께 거래함으로써, 창작에 대한 대가를 받을 길이 열렸다. 기존엔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의 특성상 원본임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방식이었다.
게임과 메타버스는 NFT와 친화성이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 산업이다. 엑시인피티니와 미르4는 플레이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게임이다. 엑시인피니티의 경우 ‘엑시’라는 몬스터로 다른 이용자와 배틀을 해서 우승을 하면 스무드 러브 포션(SLP)을 받게 된다. 이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해 돈을 벌 수 있다. 미르4에선 일정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광산에서 채굴을 하면 흑철을 받게 된다. 흑철을 모아 드레이크라는 유틸리티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고, 이를 다시 현금화가 가능한 위믹스 코인으로 바꾸면 된다. 다만,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P2E 도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당장의 확산을 막는 것은 국내법이다. 국내에서 P2E 게임은 사행성을 이유로 불법으로 간주된 상태다.
익명의 관계자는 “게임의 핵심은 ‘재미’다. 하지만, 서비스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저가 하향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다.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이 줄어들 듯, 게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용자가 줄어든다. 인기가 떨어지면 해당 게임과 연결된 코인 가치도 내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 플레이 대신 ‘돈’이 목적인 이용자가 많다면, 코인 가치가 떨어질 때 게임의 인기도 사그라들게 된다.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P2E 게임 화제성은 돈을 벌기 위한 이용자가 몰리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관계자는 “P2E 대신 P&E(Play and Earn)이 좀 더 적합한 패러다임이라고 본다.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즐기면서 부가적으로 수익이 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게임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게임과 NFT의 결합은 대체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란 특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P&E 개념으로 접근을 해야 게임과 NFT의 결합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P2E 게임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P2E 게임은 아무리 많이 플레이해도 월 100만 원 이상을 벌기 어렵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NFT는 아이템을 ‘소유’하는 개념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재산이 실제로 자신의 재산으로서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NFT를 통해서 아이템의 소유권이 플랫폼이 아닌 일반 유저에게 옮겨졌고, 이에 따라 플랫폼의 흥망과 관계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물을 영속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NFT가 게임보단 메타버스와 결합할 때 시너지가 더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바타로 가상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협력해 다양한 기업들이 NFT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나이키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나이키 본사 캠퍼스를 닮은 나이키랜드를 구축한 뒤, 이용자가 해당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에서 ‘랜드’라는 가상 부동산을 구매했다. Z세대(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태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또한, 더 샌드박스에서 구찌 디자이너가 제작한 NFT 아이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장우 교수는 “BAYC를 구매하고서 이를 디지털 공간에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메타버스에서 NFT 아이템을 구매하고 착용하는 것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비싼 시계를 차고 자신의 가치를 뽐내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소 ‘NFT 금융서비스 대두’ 보고서에서 신석영 연구위원은 “NFT 도입으로 가상경제에 대체 불가능한 자산 영역이 확장됐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현실경제에서 시장처럼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내재적 가치에 질문이 이어졌던 가상화폐 역시 NFT 도입으로 거래 수단으로서 가치를 확보하며 내재적 가치가 보강됐다”고 분석했다.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란 피카소의 모나리자 그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그림은 피카소가 살아 돌아와 같은 대상을 다시 그려도 대체할 수 없다는 속성을 가진다. 디지털 파일은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했다면, NFT 파일은 모두 일련번호가 발급되기 때문에 서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금융권에서도 NFT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존 비트코인 등을 수탁하던 서비스에서 나아가, NFT 수탁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탁은 전자지갑처럼 고객이 보유하는 가상자산을 업체가 대신 보관해 위험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러한 수탁방식은 주로 관련 기술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합작회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NFT 수탁 서비스는 추후에 NFT 등의 가상자산 기반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 기반을 제공한다. 신한, 국민, 우리금융 등 국내외 주요 금융사들이 현재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신석영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는 아직 NFT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없다. NFT의 법적인 성격에 관해선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미국은 현재 NFT를 주식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뮤직카우의 상품을 주식을 상장한 뒤 사고파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증권으로 판단했다. 법령에 따르면, 투자자가 타인간의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타인이 주로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라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 권리가 표시되면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단된다. NFT도 주식과 유사한 속성이 있는지, 법률적으로 저작권과 연동이 될 수 있는지 등이 앞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NFT가 인증서 영역에서 활발하게 쓰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호서대학교는 NFT로 발행한 학위증을 주고, 성균관대는 공모전 수상자에게 NFT로 상장을 수여한 바 있다. 이렇게 어떤 과정을 수료하고 받은 증명서를 블록체인을 통해서 NFT로 발행하면 기록을 조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NFT 거래소인 NFT MANIA는 투명한 거래 기록을 위해서 뮤지컬 티켓을 NFT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NFT 티켓을 특정 웹사이트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해 거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암표(웃돈을 받고 몰래 표를 사고파는 행위)를 막기 위해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한다. 티켓을 NFT로 만들면 인식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암표로 거래되는 티켓의 출처를 추적해 이를 차단할 수 있다. NFT MANIA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직접 NFT를 발행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팀 단위로 제작하는 것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법적인 공백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다만, 무차별적 규제는 위험해”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기업 체이널리시스 ‘2022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NFT 산업에선 현재 NFT 자전거래와 자금세탁 등 두 가지 불법 활동이 목격되고 있다. 자전거래는 동일한 인물, 단체가 상품을 내놓고 다시 되사는 것을 말한다. 거래량과 거래금액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자금을 자체 조달한 지갑주소로 25회 이상 NFT를 판매했다고 의심되는 사용자만 262명이었다. NFT와 같은 가상자산 시장은 법적 테두리 밖에 있어, 자전거래가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는다.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어려운 특성상 거래금액의 부당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자금세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불법 주소에서 NFT 마켓플레이스로 전송된 금액은 2021년 3분기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 2021년 4분기에는 140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NFT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무차별적인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NFT MANIA 관계자는 “NFT는 금융, 예술, 공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공연의 티켓으로 활용되는 NFT와 증권으로 사용되는 NFT는 당연히 기능이 다르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규제도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산업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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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