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방사능 오염수 문제, 하이노넨 연구원 우려
(VOA) 북한 당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을 비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투명한 오염수 관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적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사능 누출 정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7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장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처장 출신인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이날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계획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방사능 유출 문제가 우려사안’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이것은 우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 터널에서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환경 및 특히 지하수로 방출되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모든 것은 그 터널에서 방사능이 천천히 지속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플루토늄과 분열 생성물의 대부분이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우리는 지하수를 얻고, 그리고 풍계리 지역을 통과하여 동쪽 바다로 이어지는 작은 강을 통해 그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물은 동해로 향하는 트리튬과는 달리 세슘과 같은 방사성 핵종으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경우 IAEA 보고서에서 설명된 ALPS 공정을 통해 트리튬을 제외한 모든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가 상당 부분 제거되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2016년 핵실험 이후 풍계리 인근에선 핵실험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소규모 지진이 20여 차례 관측됐으며, 이는 핵실험 여파로 인한 주변 산과 암석 등의 균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갱도 내부에 플루토늄과 핵분열 물질이 여전히 남아있어 방사성 물질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균열된 틈으로 들어간 빗물 등이 방사능에 오염돼 지하수로 침투되고 인근 하천을 따라 동해로까지 흘러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가 상당 부분 제거되지만 풍계리 오염수의 경우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아 세슘을 비롯해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 상황과 달리 북한에는 현재 핵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국제 사찰단이 없어 북한의 방사능 오염수 관리 실태와 배출 현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꼬집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먼저 국제 감시 관점에서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는 감시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핵 폐기물을 어떻게 다룰지 모릅니다. 또한 북한에서 어떤 종류의 방사능이 환경으로 방출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관영매체 ‘노동신문’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인류를 핵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활동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사능 누출 정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 장소이자 추가 핵실험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둘러싼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2월 북한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과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강수량과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에 있다며 “풍계리 인근 8개 시군(길주·화대·김책·명간·명천·어랑·단천·백암) 주민 약 108만 가운데 방사능 영향을 받는 주민을 50%로 가정하면 54만명, 25%로 가정하면 27만명”이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농수산물도 오염시킬 수 있다며 한·중·일 등 인접국으로 북한 농수산물이 유입될 경우 해당국 주민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북한의 최대 핵 시설인 영변 핵단지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이 핵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면서 영변 핵시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일종으로 유해한 핵분열 생성물이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안전성이 떨어진 옛날 방식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어 폐기물이 재처리 공장 인근의 상수원으로 누출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 폐기물 관리에 대한 국제적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다”고 꼬집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4월 북핵 감시를 위해 현지에 머물던 IAEA 사찰단을 추방했습니다.
이에 따라 IEAE는 북한의 핵 시설에 접근하지 못한 채 위성 이미지와 공개 정보 등을 통해 북한의 핵 활동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핵시설 동향을 분석하는 미국 전문가 제이콥 보글 씨는 북한의 방사능 유출과 관련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순 없지만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난 일부 정황은 “꽤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이콥 보글] “우리는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위성으로 관측한 일부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러울 정도입니다. 지도상에서 무너짐이나 유출이 발생하는 것을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핵시설 주변에서 건강 문제를 겪는 주민들에 대한 북한 내부의 탈북자 증언과 여전히 북한에서 생활 중인 사람들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원자재의 제조 방식에 따라서는 방사능이 아니어야 할 것이지만, 여전히 많은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매우 유독하며, 이것이 강에 직접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글 씨는 관련 시설의 붕괴나 (물질) 유출 정황은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핵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건강 문제가 있다는 탈북민 등의 증언들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보글 씨는 과거 2019년 북한 황해북도에 있는 평산 우라늄 광산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이 인근 예성강을 통해 서해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평산 광산의 갱도 입구에서 붕괴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글 씨는 광산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된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다량의 중금속 등 독성 물질이 강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천: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