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의 구조는 원형 – KS News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의 구조는 원형
–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VLBI 관측망 관측 –
■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로 알려진 궁수자리 A 블랙홀(Sgr A*)의 구조가 원형임이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VN)의 7mm와 13mm 파장대 관측을 통해 발견했다.
□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초대질량 블랙홀이기 때문에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최적의 대상이다. 해당 블랙홀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지구상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는 VLBI (초장거리 전파간섭계) 기술을 사용해 망원경 사이의 거리만큼 큰 구경을 가진 가상의 망원경을 만들었다. 궁수자리 A 블랙홀 관측의 또 다른 난관은 우리은하 중심 주변의 가스 구름에 의한 빛의 산란이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의 산란 모델 연구 결과를 동아시아 VLBI 관측망 결과에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거의 원형임을 확인했다.
□ 동아시아 VLBI 관측망은 KVN 3기를 포함해 총 21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번 연구에는 1.3cm 파장대 관측에 10기, 7mm 파장의 관측에 8기의 전파망원경이 참여했다. KVN 3기는 두 파장 관측에 모두 참여했다.
□ 궁수자리 A 블랙홀이 원 모양으로 관측된 것은 블랙홀이 주변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며 형성되는 부착흐름*의 회전축이 우리 태양계 쪽을 가리키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의 크기는 블랙홀 주변의 부착흐름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된 전자와 자기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 부착흐름: 블랙홀은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는 부착으로 빛을 내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회전하고 있는 기체들은 부착되면서 회전이 빨라져서 부착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전파 방출 기원에 대해서는 부착흐름과 제트 중 어느 쪽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부착흐름 모델 예측을 개선했지만, 제트 기원설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연구팀은 보다 확실한 전파 방출 기원의 규명을 위해, 사건지평선망원경과 같은 더 짧은 파장을 이용하는 지구 크기 VLBI 망원경, 위성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우주 VLBI, 다파장 수신기를 이용한 장기 모니터링 관측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세밀한 구조와 서로 다른 파장대역에서의 전파 방출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우리은하 중심 전파 방출의 기원을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 본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조일제 박사(현 스페인 IAA-CSIC, 논문기재 소속 천문연/UST/IAA-CSIC)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사상 최초로 관측한 M87 블랙홀보다 거리가 훨씬 가까이 있지만, 산란을 일으키는 가스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관측이 더 힘든 천체”라며 “동아시아 VLBI 관측망 관측을 통해 산란 효과를 교정해 우리에게 가까운 블랙홀의 본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관측 프로그램의 한국 과제책임자인 천문연 손봉원 박사는 “천문연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주축으로 참여하는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VN)의 향상된 감도로 궁수자리 A 블랙홀 주변의 미약한 신호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며 “이 결과는 궁수자리 A 블랙홀 사건지평선의 첫 동영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관측 자료 분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본 연구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2월 22일자에 게재됐다.
[문의]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손봉원 책임연구원 (HP: 010-5870-8327)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정태현 책임연구원 (HP: 010-3425-5525)
[참고자료 1] 그림 및 참고영상
그림 1. (좌측) 남아공전파천문대(SARAO)의 미어캣(MeerKAT) 전파간섭계로 촬영한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 지역 영상.
(우측) 같은 천체를 동아시아 VLBI 관측망 13mm(위)와 7mm(아래)로 관측한 영상. (a)와 (c)는 가스구름으로 인해 산란 효과를 겪어 동서 방향으로 긴 타원형 구조를 보이며, (b)와 (d)는 산란효과를 제거하여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실제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관측에 참여한 동아시아 VLBI 관측망 소속 전파망원경. 총 10기이며 한국의 KVN(연세, 울산, 탐라), 일본의 VERA(미즈사와, 이리키, 오가사와라, 이시가키지마)와 히타치, 중국의 CVN(난샨, 티얀마)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자료 2] 참고 설명
–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질량이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가장 큰 유형의 블랙홀이다. 거의 대부분의 은하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초대질량 블랙홀들은 상대적으로는 크기가 작은 천체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직접 관측이 불가능했다.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는 그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무거운 블랙홀일수록 그 그림자도 더 커진다. M87의 블랙홀은 그 거대한 질량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덕분에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블랙홀들의 그림자 중 하나로 예측됐고, 따라서 EHT의 완벽한 관측 대상이 됐다.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 초대질량 블랙홀은 M87의 15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워 크기가 그만큼 작지만,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과 비교하여 2000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태양계로부터의 거리 궁수자리 A: 2만 7천광년, M87: 5천5백만 광년). 그러나, 산란을 일으키는 가스 구름과 작은 크기에 따른 빠른 변화 등은 M87보다 관측을 어렵게 한다.
–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하여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하여 분해능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하는 능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 한국우주전파관측망 (KVN, Korean VLBI Network)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KVN은 서울 연세대, 울산 울산대, 제주 서귀포 (구 탐라대 부지)에 설치된 21m 전파망원경 3기로 구성된 VLBI 관측망이다. 망원경의 사이의 거리는 최대 478km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밀리미터 대역 4개 주파수 전파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서울대 평창 캠퍼스에 4호기를 건설 중이며, KVN 연세와 KVN 평창 망원경은 EHT 관측 주파수인 230GHz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 동아시아 우주전파관측망 (EAVN, East Asian VLBI Network)
한국의 VLBI 관측망인 KVN, 일본의 VERA, 중국의 CVN 등 3개국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VLBI 관측망으로, 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최대 5000km에 이르며, 한국천문연구원은 EAVN을 운영하는 주관 기관으로 관측데이터를 최종 합성하는 상관센터를 보유, 운영을 맡고 있다.
– 부착 흐름(Accretion flow)과 제트
블랙홀 혼자서는 아무런 빛을 내지 않는다. 블랙홀은 근처의 기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들이는 부착으로 빛을 내게 된다. 조금이라도 회전하고 있는 기체들은 부착되면서 회전이 빨라져서 부착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궁수자리 A 블랙홀 자체가 아니라 블랙홀에 부착되면서 빛을 방출하는 기체들이다. 다만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광도는 활동성 은하핵나 퀘이사에 비해 매우 약해서 많은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얇은 부착원반보다는 빛의 방출이 적은 이류부착흐름 (advection-dominated accretion flow) 등의 모형으로 설명된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하는데,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며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되어 만들어진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과 부착흐름/부착원반(또는 여기서 나오는 방출류)이 노즐 역할을 해서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 EHT 프로젝트
‘블랙홀’이라 하면 검은 구멍을 떠올린다. 블랙홀을 직접 본 사람은 없고 블랙홀을 직접 볼 수도 없다.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해 버려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상이나 논문에서 봤던 블랙홀의 이미지는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상에 불과하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은 번역하면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를 뜻한다. 어떤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한다면 사건지평선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지평선 부근은 강한 중력 효과에 의한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의 그림자(Black Shadow)이다. 블랙홀 주변의 원반에서 사건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간다. 관측자에게는 이 회전하는 원반 중 관측자를 향하여 움직이는 모서리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모서리 보다 밝게 보이게 된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 해당 관측을 위해선 거대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 이에 지구촌 전파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 8개를 하나로 연동해 지구 크기의 거대 망원경처럼 활용했다.
– KVN 관련 사진 및 동영상 링크: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연세전파천문대 사진: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연세전파천문대 영상:
http://210.110.233.66:8081/api.link/3d_baLIKHr3eROQO-w~~.mp4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울산전파천문대 사진: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울산전파천문대 영상:
http://210.110.233.66:8081/api.link/3d_baLIKHrzeR-UO-w~~.mp4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탐라전파천문대 사진: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탐라전파천문대 영상:
http://210.110.233.66:8081/api.link/3d_baLIKHr_eR-IO-w~~.mp4
[참고자료 3] 연구팀 및 논문
○ 연구 프로그램
본 연구의 해당 관측은 2017년 4월 동아시아 VLBI 관측망 컨소시엄 산하 활동은하핵 연구그룹의 ‘대형 프로그램(EAVN/KaVA Large Program)’으로 선정, 수행됐다.(연구책임자: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와 키노 모토키 (일본 국립천문대). 또한 이 과제는 사상 최초로 M87 블랙홀 그림자의 영상 관측에 성공한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의 다파장 관측 캠페인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 연구팀 (맨 앞의 숫자는 저자순위; 괄호안은 논문 기재 소속기관)
1. 조일제 (천문연, UST, IAA-CSIC)
2. Guang-Yao Zhao (천문연, IAA-CSIC) 등 50 여명
○ 논문
– 제목 : The Intrinsic Structure of Sagittarius A* at 1.3cm and 7mm
– 게재지 : The Astrophysical Journal
첨부파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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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한국천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