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부엔까미노 (1) 재미있는 저축 펀 세이빙, 성장의 열쇠는 ‘네트워크 효과’ | KS News
[SBA X 스케일업코리아] SBA와 스케일업코리아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정해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도록 돕는 ‘스케일업 프로젝트 2022’를 진행합니다. ‘BM 분석’을 토대로 ‘전문가 조언’과 ‘팀장급 실무 인력과의 협업’을 이끌고, 이렇게 이룬 ‘성과를 점검’합니다.
2022년 스케일업에 선정된 우수 스타트업 다섯 곳(딥파인 / 트랜쇼 / 드리머리 / 웍스메이트 / 부엔까미노)을 만나봅니다.
2022년 스케일업 다섯 번째 기업은 ‘부엔까미노’입니다. 저축하는 재미, 나아가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돕는 앱 ‘세이블(SAVLE)’을 운영합니다. 부엔까미노는 ‘좋은 여행 되세요’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듯, 소비자들이 재미있게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 원하는 것을 갖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돕겠다는 의미입니다.
부엔까미노를 이끄는 이수영 대표는 자산 관리사로 일하다가 ‘소비자들이 저축을 좀처럼 오래 하지 못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봤습니다. 소비자들이 재미있게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면 목돈 만들기도, 투자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이를 도울 서비스인 세이블을 만듭니다. 하지만, 효과 좋은 앱 홍보와 회원 모집 방법, 수익 모델과 성장 전략 세우기 등 여러 난관과 마주칩니다.
부엔까미노 세이블의 현재와 미래, 이수영 대표의 고민을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가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가 살펴보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금융을 재미로 하냐?
금융을 재미로 접근하려는 이상한 스타트업이 있다. 펀 세이빙(Fun Saving)을 표방하는 서비스 ‘세이블(SAVLE)’을 선보인 ‘부엔까미노’라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금융 서비스, 그 중에서도 가장 지루해 보이는 ‘저축’이라는 영역에서 사업을 펼쳤다. ETF, 코인, NFT 등등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상품이 나온 투자전성시대에 왠 저축일까? 하긴, 저축을 해야 돈이 모이고 돈을 모아야 투자를 해서 집을 사니, 누가 뭐라고 해도 저축은 금융의 출발점이 맞기는 하다. 재미가 없어서 그렇지.
이것을 역발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축이 재미가 없으니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이들은 그 재미 없는 저축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 걸까? 이들이 제시한 저축은 정말 재미 있을까? 남들이 저축하는데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것일까? 다양한 궁금함과 의문을 안고 만난 부엔까미노와의 시간은 진지하면서도 즐거웠다. 이 가운데 나눈 부엔까미노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다.
재미로 하는 저축, SAVLE
저축의 목적별로 통장쪼개기
부엔까미노의 세이블은 ‘나만의 저축 목표를 정하고 재미 있게 돈을 모아가는’ 도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재미있게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 돈이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나가는지’ 잘 알아야 하고 저축과 소비를 위해 ‘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능이 이들이 제시하는 ‘통장 쪼개기’다. 여러 계좌에 분산된 항목을 ‘금융사의 경계 없이’ 자신의 목표별로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자신만의 소망을 담은 저축목표 설정
위와 같이 관리하려면 저축을 목적별로 배치해야 한다. 자신이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와 그리고 목표 금액을 정하면 되는데 여기에서 ‘펀세이빙’의 진짜 개념이 드러난다. 여행, 내집 마련 등 다소 일반적인 목표도 있겠지만 ‘소중한 댕댕이 입양’, ‘하와이 서핑 여행’, ‘골프클럽 교체’ 등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소망을 목표로 잡을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저축이 되는 펀 세이빙 루틴
자, 이제 가장 지루하고 재미 없는 저축의 과정에 대한 순서다. 지루하고 재미 없기에, 혹은 돈을 따로 떼어서 저축할 엄두가 나지 않는 소비자를 위해 이들은 6가지 펀 세이빙 루틴을 제공한다. 이들 6가지 저축 방법은 한마디로 ‘세팅해 놓고 잊어버리기’라 할 수 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저절로 돈이 모인 ‘아니 벌써’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재미가 없냐? 돈이 없지!
금융을 재미로 접근하려는 펀 세이빙의 개념은 사실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신한금융투자의 ‘자투리투자’ 등에서 이미 펀세이빙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런 저축 서비스를 두고 혹자는 ‘재미가 없어 못하냐, 돈이 없어 못하지’라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자신만의 목표를 정하고 소액을 일정기간 저축해 목돈을 만드는 ‘26주 적금’의 단순한 매력은 무려 1,000만 계좌 돌파라는 큰 성과를 냈다.
사실, 이보다 원류를 찾으면 대표적인 펀 세이빙인 미국의 ‘QAPITAL’에 다다른다. 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구매처럼 실용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스키, 스카이다이빙, 서핑 등 젊고 개성 강한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목표를 예시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것이 ‘쿨하고 멋진’ 과정임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미국, 스웨덴 서비스를 유료화 했음에도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누적 저축액도 2조 원을 넘었다.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가?
미국의 펀 세이빙 서비스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아주 다양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거의 모든 서비스가 자동 저축에 이어 자동 투자(로보어드바이저)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인다. 개인별 저축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대행 수수료를 받거나, 금융 상품의 중개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자동 저축 서비스 자체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거나 특정 기능을 유료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 가장 규모가 큰 세이빙 서비스, ACORNS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구인 정보를 연결한다. 많이 저축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하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부엔까미노는 과연 세이블로 어떻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일까?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제휴리워드와 광고 수익을 바라본다.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등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로 발전하려 한다.
부엔까미노가 제시하는 위 비즈니스모델의 주요 골자에 이의는 달기 어렵다. 일단 사용자를 유입시켜야 하니 저축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고 ‘사용자를 충분히 모으면’ 제휴 및 광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개개인에 맞는 펀드, 보험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필자는 전제인 ‘사용자를 충분히 모으면’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과연 세이블이 제공하는 펀 세이빙 서비스에 사람들은 환호하며 가입할까? 그리고 가입 후 열심히 사용하며 자신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넣어줄까?
이에 대해 부엔까미노는 ‘통장 쪼개기’ ‘소액 저축’ 등 고객 획득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키워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고 밝힌다. 이 키워드 마케팅은 고객 유입을 위한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유입 후 유지(Retention)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람들이 자신의 계좌 정보를 통합하고 돈을 이체하고 거래하는 것이 유지다. 소비자가 유지돼야 부엔까미노가 그리는 수익 창출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계좌 수가 1,000만 개를 넘었다고 하나, 이는 카카오뱅크가 총체적으로 제공하는 고객 가치를 보고 유입된 것이다. 26주 적금 하나만을 보고 카카오뱅크에 유입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카카오뱅크에게 26주 적금은 부차적 기능이다. 제휴 파트너(기업)로 하여금 사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여 고객 데이터를 얻고 마케팅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유입과 유지를 해결해 줄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가 대안일 수 있다. 특정 상품의 수요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남이 쓰니 나도 쓴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그 효과는 더 강력해진다. 마치 지금의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이 네크워크 효과를 부엔까미노의 세이블에 적용해보자. 어떤 사용자가 혼자만의 저축 목표와 룰을 정한 후 한동안 잊기로 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는 정말로 ‘세이블’을 영영 잊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다른 사용자는 부엔까미노의 세이블을 발견하고, 혼자 쓰기보다는 친구와 해외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데 쓰기로 한다. 친구에게 앱을 추천하고 가입시킨 후 ‘목표 공유하기’를 누른다. 각자 100만원을 모으기로 했다.
사용자와 친구는 서로가 세팅한 저축 룰을 확인할 수도 있고, 누적 금액 현황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경쟁심이 타오른다. 분발하려 룰을 바꾸고 금액을 추가하며 나도 누적된 금액을 올린다. 이렇게 상호간 경쟁이든, 공동의 목표를 위한 저축이든 서로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앱 사용의 빈도를 늘리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의 결과다. 이런 이유로 QAPITAL 또한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한 커플 세이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뮤니티 공동의 목표로 참여를 이끌어라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동호회 사람들끼리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각자의 룰을 세팅하며 저축액을 비교해주고 분발을 독려해 주는 것만으로 상당한 소비자 유입과 유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단, 이 때 ‘회식비 마련하기’ ‘골프 라운딩하기’는 물론 ‘유기견 돕기’ ‘환경 보호’ 등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목표와 세이빙 루틴을 제시하고, 다수 참가자들의 현황을 공유해하 기능은 필수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처럼 제휴사의 리워드까지 얹는다면 그 효과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기업을 위한 Enterprise Version을 통해 수익 창출까지
한국에서 부엔까미노 세이블같은 저축 서비스를 유료화한다는 것은 셀프 사망선고와 다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만 생각을 틀어보자. 개인이 아닌 기업 차원에서 조직원들에 대한 복지와 인센티브 목적으로 ‘세이블’을 제공한다면 유료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회사에서 조직원들에게 원하는 것은 성실한 근태, 역량을 위한 자기계발과 건강, 예산 절감 등이다. 나아가 좋은 직원들의 장기근속일 것이다. 신용 카드 내역에 드러나는 소비 내역 뿐만 아니라 데이터 연계를 통해 근태, 운동, 학습 등 사람들의 행동까지 연결한다면, 회사에서는 분명 유료 서비스라도 단체 사용을 원할 수 있다.
같은 직장에서의 조직원간 저축 랭킹이 공유되면 그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이성 직원들에게 어필하고 싶어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경쟁에 몰입하는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이 기업용 버전이 성공한다면, 부엔까미노는 다수의 세이블 사용자를 확보함과 동시에 데이터 축적은 물론 기업으로부터 커머션 버전에 대한 사용료 수익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펀세이빙을 넘어 Money & Life 플랫폼이 되길 빌며
부엔까미노를 이끄는 이수영 대표는 금융 업계에서 13년간 일했다. 해외의 펀 세이빙 서비스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동 투자’를 대부분 수익 모델로 연결하고 있음에도, 그는 ‘그건 우리 서비스와 성격이 맞지 않아요’라고 딱 잘라 말할 만큼 주관이 뚜렷하다. 본인이 과거 퀀트 투자 회사를 창업했었고,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에 근무한 경력이 있음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는 그만큼 수익보다 컨셉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부엔까미노라는 팀은 ‘Fun’이라는 컨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를 지켜나가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친구와 가족, 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무엇이 ‘Fun’일까를 고민해 나간다면, 부엔까미노 세이블은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르는 사람에게 목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을 잃은 사람에게 도전의 에너지를 주는 삶의 지침서와 같은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영 대표의 주관과 고집을 응원하며, 돈을 위한 돈이 아닌 ‘사는 재미를 위한 돈’, 나아가 ‘인생을 위한 금융’을 서비스하는 개성 있는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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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