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운영관리] 8. AI와 디지털전환.. 왜 생각만큼 발전이 없을까? | KS News
[IT동아 정연호 기자] “최근 한국에선 투자를 유치하든 정부 사업과제를 수주하든 중요한 건 인공지능이다. 정부의 사업을 수주할 땐 인공지능이 없으면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최신 트렌드인 메타버스, NFT, 인공지능 없이 사업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
다양한 업계의 관계자를 만나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화제다. 요즘, 여러 업계에선 인공지능(이하 AI) 기술을 쓰지 않으면 정부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거나,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인공지능 자동화, 빅 데이터 분석 등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인되고 있고, 이 기술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자연스레 드는 질문 하나.
“그래서, AI가 빠르게 보급되는 만큼 잘 활용되고 있는 거야?”
AI 분야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AI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 접점(HCI/UX) 혁신, 소셜 임팩트 혁신을 연구하는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Human-inspired AI연구소)의 최병호 교수에게 전화 통화로 국내에서 AI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물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AI와 비즈니스 간 결합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기업이 AI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소 문을 두드려도, 이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역량이 취약하다.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할 아이디어 혹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AI를 다루는 엔지니어가 있더라도 비즈니스를 자세히 알거나, 실제로 비즈니스를 개선할 방안까지 마련하는 역량을 갖춘 경우는 드물다.
비즈니스 모델(이하 BM)을 잘못 설정해 AI를 도입하기 위해 BM 자체를 재설계하는 기업도 많다. 최 교수는 “기업들을 만나보면 AI의 특정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AI기술이 필요하거나, AI뿐 아니라 연쇄적으로 다른 기술까지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실상, 많은 기업이 “AI를 비즈니스에 결합하면 좋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도입에 나선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결국 비용의 문제다. 명확한 BM을 갖추고 필요한 AI 기술까지 염두에 두더라도, 체계적 계획 없이 AI를 도입하면 비용이 예상 범위를 초과할 수 있다. AI를 도입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비용을 낮추면서 고객의 가치를 혁신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고객 가치 혁신은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프로젝트를 진행 시 ROI(투자대비효과)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예산이 계속 초과하면 ROI를 예측할 수가 없다.
디지털 전환을 하겠단 건 디지털 기술로 비즈니스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AI 등의 전방위적 기술이 필요하다. 당연히 큰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다. AI를 다룰 줄 아는 인력을 구하려면 연봉 1억 원 정도는 들어간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선 전문 인력을 차치하더라도 초급 수준 혹은 이제 막 석박사를 졸업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기술 내재화보단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를 이용하거나 API 이코노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 걸까? 자동차 산업에서 한 기업이 부품 제조와 완제품 생산, 유통을 모두 담당하지 않듯, 소프트웨어 시장도 기업 간 전문 분업체계가 나타나고 있다. 모든 서비스를 기업이 개발하는 것 대신 API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최병호 교수는 “시장에 진입한 시점이나 투자를 유치한 단계에선 API나 SaaS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데이터만 하더라도 정부 주도의 바우처 사업을 통해서 필요한 데이터를 소싱하는 게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를 땐 경쟁 우위를 위해서 자체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API는 소스를 변경할 수 없다고 봐도 좋고, 커스터마이징을 하더라도 비용이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할 상황이 온다. API를 쓰더라도 데이터가 발생하지만, API가 데이터 제반 처리까진 하지 못한다. 스몰 데이터는 AI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일일이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빅 데이터는 개인이 특정 툴로 분석하기가 어렵다 보니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분석에 활용할 빅 데이터를 수급하는 것 모두 비용과 맞물린다. SaaS의 경우에도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내기 때문에 기업의 비즈니스가 확장하면서 비용이 점점 증가하는 구조다.
RPA를 활용한 IT운영관리 솔루션 ‘아이톰스’를 제공하는 인포플라의 최인묵 대표는 “디지털전환과 관련된 범용적인 AI 관련 제품 혹은 특정 성공모델이 부족한 것도 그 요인이 될 듯하다. 예를 들면, 그룹웨어, ERP, CRM 등과 같이 산업 현장의 특정 업무나 비즈니스 범위를 디지털화해주는 범용적인 AI 제품이나 AI와 관련된 개념 설정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기업은 AI가 혁명적인 유익함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불명확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AI 기술은 연구나 실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대부분이다.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가 약간의 AI 기능을 사용하면서도 더욱 실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남은 선택지는 ‘디지털 플랫폼’.. 다만, ‘플랫폼 종속’은 우려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당근마켓, 배달의민족, 페이스북 등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가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커머스, 메신저, 검색 모두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경쟁력 그 자체다.
그러한 역량이 없는 기업이나 오프라인 업체들은 이들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이용자 정보가 생기지만, 이를 데이터로 만들고 활용하는 일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물론, 규모가 있는 업체나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SaaS를 도입할 수 있다.
다시, 치킨집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들은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가 생긴 것이다. 딜리버리 서비스에 의존하면 결과적으로 고객 정보를 모을 수 없고, 수수료와 배달료는 점점 높아져 운영할수록 적자라는 말이 나온다. 플랫폼에 종속되면 데이터를 얻을 수 없어 업체나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지 않는다. 플랫폼 종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자조 집단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조직 운영을 위한 예산이 적고 전문 인력도 부족해 시스템이 확장되기엔 어려움이 있다.
최병호 교수는 “정부에서 소상공인이나 다양한 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주과학 수준으로 아젠다가 설정됐을 정도로 전방위에 걸쳐 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데이터 사업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공장 임대를 위한 지원 등 사실상 정부가 손을 안 대는 건 없다. 반도체, 원자재 수출을 규제한 일본처럼 원자재가 무기로 쓰이는 흐름이 최근에 보이고 있다. 전쟁발로 원자재 유통도 잘 안 되는데, 이로 인해 물가가 계속 뛰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 주도의 선제적인 연구와 지원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이 활성화가 안 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하는 걸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 정책과 기업 니즈 간의 불일치나 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체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최 교수의 분석이다. 정책이 있어도 기업이 혜택을 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지원을 하려고 해도 시스템이 부재해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피해를 본 기업과 업체를 지원할 때, 피해 규모를 조사하기 위한 매출 지표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불만이었다. 이들은 개인 사업자라서 매출, 영업이익 등의 지표를 일일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정부에선 소상공인들을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해 채무를 재조정하는 지원을 하기도 한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에서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원금을 일부 탕감하거나 이자 면제 혹은 장기적으로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해 자영업자의 안정적인 연착륙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배드뱅크는 댐의 작은 구멍을 막는 정도지, 새로운 댐을 만드는 방안은 아니다. 이처럼, 산업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방안이 시스템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디지털 전환도 “디지털 기술을 가진 기업에서 빌려 써라”라는 정서가 강하다.
최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기업이든 소상공인이든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도 특정 지역에서 공장 등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 기업 연합회에서 지원을 하는데 이는 한정적이고 편향적이기도 하다. 이런 지원이 공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엔 기업들이 매출의 일부를 누적해서 자체 펀드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시장 개척, R&D, 심지어 국가 수준의 자체 복지시스템까지 갖추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AI 윤리 문제, 섣부른 우려일까? “지금 당장 고민이 필요한 문제”
RPA를 비롯한 AI 자동화는 인력을 대체한다는 불안감을 낳는다. 실제로 RPA를 도입하는 기업에선 채용인원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선 AI나 자동화를 통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전문가들의 답은 “아니다”이다. 알고리즘은 시작 단계부터 윤리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 배달 라이더의 ‘최적의 거리’ 문제를 생각해보자. AI가 GPS를 기준으로 최적의 거리만 예측하면, 매출과 영업 이익은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안전 이슈는 빠질 수 있다. AI는 별다른 개입이 없다면 점심시간, 출퇴근 등의 러시 아워(사람이나 교통수단이 대거 몰려드는 시간) 때 라이더가 안전하면서 소비자까지 만족할 수 있을지를 모두 고려하지 않는다.
AI를 통한 완전자동화도 윤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동화의 핵심은 비용 절감인데, 비용 관점에서 가장 비싼 건 인건비다. 최 교수도 “사람을 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재무적 가치와 소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할 때이다. 그래서 완전자동화가 아니라 적응형 자동화로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 세상을 바꾸는 정치이다”라고 강조했다.
인포플라 최인묵 대표는 “기술 발전은 늘 인력 대체와 같은 윤리적인 우려를 동반해왔다. AI와 자동화를 통해 기업은 생산성의 향상을 이룰 수 있게 됐으며, 전문 인력은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인력은 AI 산업으로 창출되는 데이터 수집, 정제, 가공, 검증 등의 새로운 일자리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다양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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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