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아바타테라퓨틱스 “소아 희귀 난치병, 유전자로 치료” | KS News
[IT동아 차주경 기자] “미국에서 공부할 때 사회단체 활동에 참가했다가, 현장에서 희귀한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이 아이들은 난치병 때문에 아주 힘든 삶을 사는데 그나마도 오래 살지 못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사회의 소중한 지원을 받아 박사 공부를 한 만큼, 제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해 바람직한 가치를 만들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반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아바타테라퓨틱스를 세웠어요.”
조승희 아바타테라퓨틱스 대표가 소개한 창업 동기다. 그는 한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 전공을 거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김경규 교수 아래에 석사 과정을 밟으며 거대분자(Macromolecule, 생물의 특성을 부여하는 세포의 한 재료)구조 역학을 배웠다. 이어 미국으로 떠나 워싱턴 대학교에서 거대분자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바이오 소재를 효율 좋게 생산할 화학 공정과 거대분자 구조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이크로바이옴(사람 몸에 있는 미생물) 박사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온 그가 바람직한 가치를 만들 기술로 선택한 것이 ‘유전자 치료제’다.
유전자 치료제는 임의로 가공한 치료 유전자 벡터를 유전자 운반체에 실어 환자에게 투여, 질병을 완화하고 치료하는 기술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편집하거나, 정상 유전자를 보충하는 원리다.
“제한된 환경에서 유전자는 바꾸거나 보충 가능해요. 유전자 결함을 갖고 태어난 환자에게 유전자 증폭과 편집, 억제 기술을 활용해 정상 유전자를 보충·편집하면 됩니다. 여러 임상 결과로 증명된 것은, 유전자 운반체와 벡터의 조합을 잘 구성하면 유전자 치료가 안전하다는 점입니다.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면 우리 몸에 부작용이나 내성 등 문제가 적어요. 이미 해외 의료계는 20년 전부터 유전자 치료 기술을 연구하고 안전성을 검증했어요. 적용 범위도 넓습니다. 유전자 치료제에 활용할 플랫폼 기술이 발전하면, 희귀병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질환이나 암도 유전자 치료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유전자 치료제 선진국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2008년, 동료로부터 ‘거대분자를 지혜롭게 쓰면 유전자 치료에 접목 가능하다’는 주장을 듣고 연구를 시작했다. NAS(National Acedemy of Science, 미국과학학회) 멤버 레이첼 클레빗(Rachel Klevit) 교수와 HHMI(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 멤버 닝 젠(Ning Zheng)교수, AAAS(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미국과학진흥회) 멤버 래리 와켓(Larry Wackett)교수와 우리나라의 물리화학자 김경규 교수 등 세계에서 저명한 연구자들이 그의 지도 교수인 것도 행운이었다. 조승희 대표는 그들에게 선진 화학과 물리, 유전자 엔지니어링 기술을 배웠다
“지금까지 나온 유전자 치료제에는 비특이적 발현을 포함해 많은 문제가 있었어요. 이것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지능 벡터 설계 기술과 DOE(실험 계획법) 공정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아바타테라퓨틱스 임직원과 파트너 기업의 전문 인력들은 희귀 난치병 진단, 거기에 알맞은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의 설계·생산·정제·분석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을 갖췄어요.
먼저 파트너 기관과 함께 희귀 난치병인 ‘LSD(리소좀 축적 장애, Lysosomal Storage Disorder)’의 진단과 유전자 치료제 설계·생산·투여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를 만들 거에요. 기존의 맞춤형 의학보다 진보한 정밀 의학의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소아 희귀 질환의 사례를 모아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을 고도화하면, 암과 치매처럼 인류를 괴롭힌 질병에 유전자 치료제를 적용할 날을 앞당길 것입니다.”
암이나 신경 질환 등 통상 질환은 상업성이 있기에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치료제도 유기 화합물이나 단백질 혹은 항체 설계·정제 기술 등 오래 전부터 쓰던 약물 설계 기술로 연구 개발 가능하다. 반면, 희귀 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 인력도, 치료제도 적다.
조승희 대표는 유전자 편집, 증폭과 소거 기술을 써서 유전자 결함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면 희귀 질환을 완화 혹은 치료 가능하다고 말한다. 7,000개가 넘는 희귀 질환의 원인 대부분(약 80%)은 유전자 서열의 변동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전자 기술로 치료제를 만들면 희귀 질환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 나아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 보험의 재정을 확보하며 ▲제약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희귀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비싼 치료제를 써야 합니다. 한 희귀 질환 치료제의 가격은 무려 20억 원이나 해요.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희귀 난치성 질환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국민건강보험 산정특혜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치료제 가격이 비싸니 자연스레 건강보험료의 재정 상황도 나쁘게 만들고요.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희귀 질환이 꾸준히 발견됩니다. 이런 희귀 질환의 진단,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데에는 최소 1년 이상 걸려요.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약물 개입의 시점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같은 이유로 제약 회사도 희귀 질환의 신약 개발과 생산을 어려워해요. 인공지능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조합이 이들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바타테라퓨틱스의 연구 가운데 주력인 AAV(Adeno-associated virus, 아데노부속바이러스) 계통 유전자 치료제의 파이프라인(연구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유전적 안구 질환 ‘LCA10(Leber’s Congenital Amaurosis type 10)’계통의 타겟 치료제다. 눈이 빛을 감지하지 못해 시각을 잃는 병이다. 이 질환에 유효한 유전자 치료제는 이미 있으나, 생산 비용이 비싸다. 조승희 대표는 협력 기업과 함께 새로운 유전자 편집 전략을 활용한 치료제를 연구 개발한다.
앞서 예로 든 신경 계통의 대사 질환, LSD 환자의 기대 수명은 10년 내외에 불과하다. 아바타테라퓨틱스는 이 질환에 적합한 운반체를 만들려 인공지능으로 면역회피 캡시드 후보 물질을 획득, 여러 실험을 전개 중이다. 신경 세포에만 치료 유전자 벡터가 작동하는 세포 특이적 프로모터 합성 기술을 적용해 부작용을 최소한 유전자 치료제를 만든다.
“파트너 기업, 기관과 함께 올해, 늦어도 2023년 상반기 안에 고품질 유전자 치료제의 전임상 사례, 혹은 여건에 따라 임상 사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를 근거로 2024년 하반기에 임상 실험을 시작할 거에요. 유전자 결함 여부를 진단하는 기업과도 일찌감치 협업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의료인이 많은 의료 강국인데다, 첨단 병원을 포함한 의료 산업 기반도 튼튼해요. 유전자 치료제 산업의 근간인 화학·물리·에너지·소재·기계 과학의 기반도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과 견줄 수준입니다.
아바타테라퓨틱스와 파트너 기업의 연구에 정부의 정책, 투자가 이어지면 단시간에 미국과 유럽 등 유전자 치료제 선진국 수준의 역량을 갖출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연스레 다른 산업군의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긍정 효과도 낼 거에요.”
아바타테라퓨틱스는 2020년 9월 문을 연, 채 두 살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게다가 유전자 치료제라는 흥미롭지만, 어려운 분야를 다룬다. 경영 경험 없이 연구자로 살아온 조승희 대표가 어떻게 스타트업을 세우고 성과를 냈을까. 그는 파트너 의료 기관과 기업, 서울바이오허브와 홍릉 강소연구특구의 도움을 받아 난관을 헤쳐나왔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의과 대학, 경북대학교와 툴젠 등 여러 파트너와 함께 협업 체계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유전자 치료제의 설계와 생산이 가능한 연구실과 공장을 확보했고 여러 인증과 허가도 받았어요. 해외의 다양한 유전자 치료 기업과도 연구 인력 교류와 협업을 이어갑니다.
아바타테라퓨틱스를 세우고 나서 많이 고민했어요.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연구 인력과 시설을 확보해야 했는데, 초창기인 우리나라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 인재를 찾아 섭외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사내 복지와 인센티브 제도 등 인재 채용과 유지 방안, 스타트업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와 서울 바이오허브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기기 사용, 교육은 물론 인공지능 운반체 연구에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도 지원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을 이끌 때 필요한 경영 컨설팅도 요긴했어요. 실증과 규제 연구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홍릉 강소연구특구와 파트너 기업·기관의 도움을 받아 시드 투자를 유치한 조승희 대표는 곧 시리즈 A 투자를 준비한다. 유전자 치료제 연구 개발 성과를 토대로 2022년 이후 아바타테라퓨틱스를 이끌 계획도 밝혔다.
“올해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먼저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을 완성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DOE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있어요. 2023년에는 회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우수한 인력을 충원해 CGMP(미국 FDA가 인정한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수준의 유전자 치료제 소재 생산 공장을 만들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원하는 기업에 공급할 거에요.
지금 구축 중인 질환 파이프라인에 특이적인 합성 촉진자와 인공지능 설계 기반 합성 캡시드(바이러스의 껍질을 구성하는 단백질) 개발도 마무리해 특허를 출원할 것입니다. 물론 소아 희귀 난치병 환자, 치료 담당 교수와 병원과 자주 소통하며 이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제품 설계에 반영할 거에요.
저희 목표는 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해 환자의 희귀 질병을 신속히 진단하고, 가장 알맞은 때에 약물로 개입해 치료 효과를 높일 유전자 치료제를 설계·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단순, 정밀화해 신약의 가격을 낮출 거에요.
아타바테라퓨틱스는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 환자를 보호하고 치료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중증 난치성 질환의 신약 가격도 낮춰 환자의 삶의 질을 더 좋게 만들고, 환자 한 명당 연간 수억 원씩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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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