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로푸드 “우리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보리면으로 세계시장 공략을 꿈꿉니다” | KS News
[IT동아 권택경 기자] ‘약식동원’이란 말이 있다. 약도 음식도 그 근원은 같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은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허투루 먹는 법이 없다. 마치 약을 먹듯 유별날 정도로 그 효능을 따져가며 먹곤 한다. 식당 벽 한쪽에 식재료의 각종 효능을 설명하는 글귀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만큼 한국인 식생활에는 ‘약식동원’ 사상이 뿌리 깊게 새겨져 있다.
보리로푸드 최창필 대표도 다르지 않다.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그는 농산물 가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자연스레 우리 농산물과 그 기능성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됐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으로 창업가의 길을 선택했을 때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건강식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한 건 어쩌면 필연이었다.
퇴직 후 3년 남짓 창업지원 기관들에서 교육받으며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한 최 대표는 ‘당뇨환자나 암 환자 등 밀가루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란 명확한 목표 고객을 설정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보리로 만든 국수 ‘보보리쿡시’ 보리면이다.
“밀가루나 첨가물은 하나도 안 넣고 늘보리, 돼지감자, 현미를 기본 재료로 활용해 만듭니다. 보리는 혈당 지수(GI)가 낮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고, 글루텐 함량도 적어 속이 편안하지요. 식이섬유가 풍부한 복합 탄수화물 식품입니다.”
최 대표가 보리에서 특히 강조하는 건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 함량이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우리가 식이섬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달리 물에 잘 녹는 특성을 보인다. 물에 녹으면 젤 같은 특성을 띠는데, 당 흡수를 느리게 하므로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장내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므로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한다. 보리는 이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인 베타글루칸이 풍부한 대표적 식품이다. 쌀보다 50배, 밀보다는 7배 이상 베타글루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곡물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보리와 함께 보리면에 들어가는 돼지감자에 풍부한 이눌린 또한 대표적인 수용성 식이섬유다.
아무리 건강식품이라도 맛이 없다면 소비자들 외면을 받는다. 그 점을 잘 알기에 최 대표는 보리면이 맛과 식감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 보리에는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있어 맛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식감이다. 건강을 이유로 밀가루로 만든 면을 꺼리는 사람이라도 익숙한 밀가루 면과 유사한 식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밀가루가 아닌 곡물로 밀가루와 유사한 식감을 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보리와 밀가루는 물성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제면법부터 새로 고민해야 했다. 밀가루는 물과 섞고 반죽을 치대면 특유의 탄성과 점성이 생긴다. 글루텐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로 성형하기도 쉽다. 반면 글루텐 함량이 적은 보리는 밀가루와 같은 방식을 사용해서는 제면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창필 대표는 반죽을 먼저 익힌 뒤 성형 후 건조하는 제면법을 개발했다. 그 결과, 보리 특유의 구수한 풍미를 살리면서도 밀가루로 만든 국수에 근접한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보리로푸드는 보보리쿡시 보리면을 시작으로 점차 제품군을 늘려갔다. 3년 숙성 조선간장을 베이스로 사용한 저당저염 쯔유, 국수보다 파스타에 익숙할 젊은 세대 입맛을 노린 보리파스타 등을 추가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밀키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보리면과 저당저염 쯔유를 활용한 들기름 막국수 밀키트는 와디즈에서 목표액의 1102%를 모금하며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쳤다. 앞으로 짜장면, 팥칼국수 등 다양한 제품을 밀키트로 출시하며 밀키트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케어푸드는 고령자나 환자를 위한 건강식·영양식을 말한다. 다양한 농산물과 그 기능성에 대한 최 대표의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성 재료를 더한 식품을 만들 계획이다. 대표 제품인 보리면에 새싹보리, 단호박, 흑메밀 등 각기 다른 재료를 더한 3가지 종류로 판매 중인 게 그 출발점이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기능성 재료가 우리나라에 아주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최 대표의 눈이 번뜩였다.
2018년에 창업한 보리로푸드는 올해로 어느덧 4년차를 맞았다. 첫해 2500만 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2억 3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보리면을 한 번 접한 뒤 꾸준히 찾는 마니아층이 늘어난 덕분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최 대표에게 주문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 올 정도였다. 보리로푸드의 제품은 현재 전국 각지의 오프라인 매장에도 접할 수 있지만, 95% 이상은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카카오메이커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라이브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리로푸드에 큰 도움을 준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과학벨트 기업 온라인 유통채널 입점 지원사업이다. 신제품을 출시했을 때 이를 소개하는 ‘상세페이지’ 제작 지원을 하는가 하면, 네이버 라이브쇼핑과 같은 라이브커머스 채널에 진출하도록 도움을 줬다. 보리로푸드가 어떤 부분이 필요한 지 조사하고 그에 맞는 맞춤 지원을 한 결과다.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보리로푸드 김현진 부장은 “초기 마케팅에 도움만 주고 그치는 게 아니라 판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판로 확보까지 지원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외에도 관련 전문가들과의 상담, 자금 지원 등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뜻을 두고 있다. 이미 미국, 호주, 독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아직은 금액도 많지 않고 해외 교포 위주로 소비되고 있지만 앞으로 친환경 밀키트를 내세워 점차 그 규모를 키워나가는 게 목표다. 특히 비건, 할랄 식품 등 세계적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다양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을 특화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대체식품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최 대표가 해외시장 진출에 뜻을 두는 건 단순히 매출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보리로푸드는 100%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 지역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점 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역사회 공헌형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국가 지원을 받는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는 그런 책임감의 발로다.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환원 활동에 그치지 않고 수출로 조금이라도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목적에 걸맞은 기업 활동을 하는 게 제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
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