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품산업 주연으로 떠오른 대체육…시장·기술·소재 3박자 모였다 | KS News
[IT동아 권택경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행사장 밖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도 방문객들 눈길을 끄는 행사 주연 중 하나로 부상했다. 최첨단 식품공학을 적용한 대체육의 각축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CES에서 진짜 고기처럼 육즙이 흐르는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선보인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가 그해 행사 최고 화제에 오르면서부터다. CES측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올해 행사에서는 처음으로 ‘푸드테크(Foodtech, 식품+기술)’ 섹션을 신설했다. 대체육을 비롯한 첨단 대체식품을 미래산업의 한축으로 인정한 셈이다.
대체육은 육류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지닌 육류 대체식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흔히 ‘콩고기’로 대표되는 식물성 대체육이다. 이외에도 균류, 해조류, 곤충 등 다양한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다. 세포를 배양해 고기로 키워내는 배양육도 대체육에 포함되지만 아직 시판 제품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되진 못했다.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47억 달러 (약 6조 1514억 원)규모였으나 오는 2023년까지 60억 달러(7조 8564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CFRA는 오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3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육류 소비 ‘지속가능성’에 빨간불…대체육 필요성 커져
대체육이 주목받는 건 현재와 같은 육류 소비가 지속 불가능할 것이란 경고가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축산업과 어업만으로는 앞으로 인류에게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불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축산업은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지난 2006년 축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로, 전 세계 운송수단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각지에서 대체육을 비롯한 대체 단백질 식품 발굴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다.
소비 트렌드도 대체육 시장에 호의적이다. 특히 환경이나 윤리적 가치를 소비에 반영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 세대일수록 대체육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신세계푸드가 지난 2월 여론 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7.6%가 대체육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71.4%는 대체육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로 ‘환경 보존’을, 53%가 ‘동물 복지’를 꼽았다.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이 없지만 앞으로 경험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 비중도 78.2%로 높게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대체육의 완성도가 실제 고기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진 점도 대체육 시장 성장 이유 중 하나다. 단백질 성형 기법, 소재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실제 고기와 흡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한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는 코코넛 오일, 비트 주스 등으로 고기의 육즙까지 재현하는 수준으로 제품을 발전시켰다. 임파서블 푸드는 ‘힘(Heme)’ 분자로 고기에 가까운 맛도 재현했다. 콩 뿌리 등에 함유된 식물성 헤모글로빈에서 추출할 수 있는 힘 분자는 ‘고기 맛’을 내는 핵심 인자로 꼽힌다.
스타트업, 대기업 모두 뛰어들며 판 커진 대체육 시장
대체육 시장이 커지면서 대체육 스타트업들의 몸값도 이전과 달라졌다. 올해 상장 예정인 임파서블 푸드는 상장 이전부터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등 거물들을 투자자로 줄 세우며 주목받았다. 임파서블 푸드와 함께 대체육 스타트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비욘드 미트는 지난 2019년 나스닥에 상장해 한때 시가총액 134억 달러를 넘기며 대체 식품 분야의 ‘대장주’ 노릇을 했다.
거대 식품 기업들도 대체육 브랜드를 신설하거나, 기존 업체를 인수하며 대체육 전쟁에 참전한 상태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인 네슬레는 지난 2017년 ‘스위트 어스’를 인수하며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최대 육류 가공 업체인 타이슨 푸드도 지난 2019년 ‘레이즈드앤루티드’라는 브랜드로 식물성 햄버거 패티와 치킨 너겟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도 지구인컴퍼니, 디보션푸드, 데일리비건, 위미트 등 대체육 스타트업이 대체육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대체육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자체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만들어 콜드컷 햄, 소시지 등 델리미트(냉장 가공육) 형태의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더 베러’라는 대체육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농심은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독자 개발한 대체육를 넣은 만두, 볶음밥 등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도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매출을 2025년까지 2000억 원으로 늘리겠다며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대체육의 맛, 식감 살리는 핵심 소재 생산 기업도 급부상
대체육 시장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대체육 소재 업계다. 메틸셀룰로스를 생산하는 롯데정밀화학은 대체육 열풍이 불자 한때 주식 시장에서 ‘대체육 수혜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이 생산하는 메틸셀룰로스 제품인 ‘애니애디’는 대체육에 첨가해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하는 데 쓰이기도 하는 식의약품 첨가제다.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초 370억 원 투자해 애니애디를 포함한 셀룰로스 계열 식의약 소재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체육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HN노바텍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서 임파서블 푸드가 비밀 재료처럼 활용하는 힘 분자 등의 아미노산 복합체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GMO) 효모를 활용하는 임파서블 푸드와 달리 안정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 더 다양한 종류의 힘 분자를 추출할 수 있다.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각기 다른 고기 맛도 재현할 수 있다. HN노바텍은 이를 대체육 소재로 상품화한 제품 ‘ACOM-S’를 대체육 제조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단백질 시장에서 대체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 수준이지만 그만큼 시장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국내에도 점차 윤리적 소비와 친환경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앞으로 대체육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대체육 소재 시장도 같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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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