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나인브릿지 [1] “2분에 1대 판매했던 제품 제조 경험을 갖췄습니다” | KS News
[스케일업 X 한국디자인진흥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세계적 전도사이자, 베스트셀러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저자인 다니엘 아이젠버그(Daniel Isenberg) 박사는 창업과 성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창업은 아기를 낳는 것과 같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아이를 잘 키우도록 돕는 성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젠버그 박사의 뜻은 명확합니다. 단순히 창업하는 기업의 숫자에만 집중하는, 마치 성적표와 같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죠. 창업한 이후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에 스케일업코리아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협력해 스타트업이 고민을 해결하고 한 단계 도약하도록 돕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합니다. 우선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의 장점과 성과, 현재 겪고 있는 대표의 고민을 살펴본 뒤,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스타트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업계 전문가와의 만남을 주선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디자인과 실용성 위주로 포장용품을 개발한 텐도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할 스타트업은 ‘나인브릿지(nineBridge)’입니다. 2013년 설립한 나인브릿지는 차량용 핸드폰 거치대, 수납형 멀티탭, 모바일 충전용품을 개발하는 제조 스타트업인데요. 나인브릿지 김수종 대표(이하 김 대표)는 “11년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한때 전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집게형 휴대폰 거치대로 많이 주목 받았죠. 이제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누적 판매 300만 대의 대쉬크랩 차랑용 거치대
나인브릿지 소개를 부탁하자 김 대표는 한동안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쉽게 답하지 못하는 그의 얼굴에 고민의 흔적이 짙었다. 이윽고 꺼낸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죄송합니다. ‘어떻게 우리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요즘 혼자 수없이 많이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나인브릿지는, 제품 하나 만큼은 잘 만드는 회사라고 말입니다. 어떤 제품이든, 우리가 가진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생산해 납품하는 기업이라고 말이죠. 한때 전 세계에서 2분마다 1대씩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었죠”라고 말을 시작했다.
더 소개를 이어가려는 김 대표를 말렸다. 제품을 잘 만드는 제조사라는 설명은 범위가 너무 크다. 어떤 제품이든 잘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은 분명 존중받아야 하지만… 질문을 바꿨다.
IT동아: 나인브릿지를 대표하는 제품부터 소개해줬으면 한다. 2011년 설립해 긴 세월 동안 많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던 것 같다. 천천히 시작해보자. 길어도 좋으니까, 나인브릿지가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을 하나씩 소개해줘도 좋다.
김 대표: 하하. 나인브릿지는 2011년 4월에 설립했다. 11을 훌쩍 넘은 세월이다. 초기에는 ‘대쉬크랩(Dash Crab. Inc)’라는 개인사업자로 설립해 사업하다가 2013년 5월에 지금의 나인브릿지(Nine Bridgo. Inc)로 법인 전환했다.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나인브릿지를 대표하는 제품은 대쉬크랩이다. 집게형 휴대폰 거치대다.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제품을 개발했던, 세계 최초 선보인 집게형 거치대였다. 지금의 나인브릿지를 만든 제품이다. 이후 대쉬크랩을 브랜드로 내세워 다양한 차량용 제품을 선보였다. ‘애플 맥세이프 고속 충전 거치대’, ‘CO2 측정 무선충전 거치대’, ‘무선충전 거치대’, ‘아날로그 거치대’, ‘프리미엄 방향제’, ‘차량용 사이드포켓 정리함’, ‘고성능 고속 충전기’, ‘고속 충전 케이블’, ‘차량용 목베개’, ‘허리쿠션’, ‘헤드레스트’, ‘차량용 핸들 리모콘 누구버튼’, ‘디자인 멀티탭’, ‘모니터받침대’ 등이다. 약 42종의 제품을 선보였고, 차량용 거치대 누적 판매 300만 대를 기록했다.
집게처럼 휴대폰을 꽉 잡아서 고정할 수 있는 대쉬크랩 거치대 판매는 매년 기록을 경신했다. 대쉬크랩 FX 모델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수상과 국내 최고 권위의 디자인심사제도 ‘굿디자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쉬크랩 브랜드 중 스테디셀러로 출시 3년 만에 전세계 누적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대쉬크랩 브랜드 차량용 거치대는 2012년 월 3만 대, 2013년 월 4~5만 대 이상을 꾸준히 판매했다. 이러한 판매는 2016~2017년까지 이어졌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집게형으로 제작한 대쉬크랩은 스마트폰 기종에 상관없이 어떤 제품이든 꽉 잡아준다. 아이폰이든, 갤럭시 스마트폰이든, 거치하는데 상관 없다. 뭐… 지금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다(웃음).
집게형 거치대가 인기를 끌면서, 2016년 이후부터 경쟁 제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이후 디자인에 차별화를 줬다. 자동차 송풍구에 끼워 사용하는 거치대 중 가죽을 사용한 ‘모노(MOVO)’와 리얼 메탈을 사용한 ‘아머(ARMOR)’를 선보였다. 프리미엄 차량용 송풍구 거치대다.
이외에도 스마트폰을 잡아주는 양 옆 거치대를 자동으로 열고 닫는 기능, 기준을 만족하는 치(Qi) 규격 무선 충전 기능, 네오다늄 마그네틱 자석으로 단단하게 고정해주는 ‘터그(TUG)’ 거치대, 자동차 CD 슬롯에 넣는 원터치 거치대, 15W 고속 무선 충전과 실시간으로 차량 내 공기질을 측정해 음성으로 졸음방지를 지원하는 거치대 등… 다양한 차량용 거치대를 선보였다.
IT동아: 집게형 거치대, 원터치 기능을 적용한 거치대, 송풍구/CD 슬롯형 거치대, 가죽과 메탈을 사용한 거치대, 무선 충전 거치대… 이걸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한 것인가.
김 대표: 맞다.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했다. 고집이라고 말해도 좋다(웃음). 무선 충전 치 규격 기준, 제품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기준, 꽉 잡아주는 압력을 높이기 위한 기준 등 내부에서 정한 품질 및 성능을 만족하기 위해 제품을 고도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2년~3년… 꽤 시간이 걸렸다. 자동으로 휴대폰 양 옆을 잡아주기 위해 기어드 모터를 사용했는데, 내부 축에서 밀어냈다가 오므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휴대폰을 잡아주지 못하거나 기어가 끼이는 현상을 잡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IT동아: 누적 판매 300만 대…, 결코 적지 않은 판매량이다.
김 대표: 언론에서도 많이 불러주는 시기였다. 집게형 거치대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11년 동안 차량용 거치대만 14종을 선보였으니, 1년에 1~2개 신제품을 꾸준하게 발표한 셈이다.
혹자는 ‘돈을 많이 벌얼겠다’라고 말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기술개발을 위해 많은 비용을 사용했다. 어림잡아 30억 원 이상 투자한 것 같다. 금형 비용부터 회로 개발비까지…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우리 나인브릿지가 고집하는 제품 철학이다. 모든 제품을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직접 하고자 한다. 국산화, 내재화의 중요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
특히, 2016년 이후 모방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여러모로 타격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처음 나인브릿지를 소개를 부탁했을 때, 쉽게 답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품을 잘 만드는 제조사’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우리의 능력으로, 우리의 기술로, 우리가 직접 만드는 제품을 고집하고자 한다. 그게 나인브릿지다.
나인브릿지의 고집, “제 값하는 제품을 만듭니다”
예상보다 인터뷰는 계속 길어졌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11년 이상의 시간을, 제조업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겪어 온 그의 말을 1~2시간만에 끝내기는 요원한 일이다. 특히, 마치 남의 일인 듯 웃으며 언급한 경쟁사 이야기는 절대 허투루 흘릴 수 없는 이야기다. 흔히 농담처럼 얘기하는 중국산 모방제품으로 인한 피해는 지난 10년간 국내 제조산업계에서 가장 크게 겼었다.
IT동아: 경쟁 제품이 시장에 등장한 뒤부터 성장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김 대표: 맞다. 2011년 대쉬크랩 첫 제품을 선보인 뒤, 2015~2016년까지 고속 성장했고, 이후 성장 정체기를 겪었다. 그런 과정에서 기술개발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고… 평탄하지만은 않았다(웃음). 다만, 지금까지 전 직원 모두 가족처럼 지내며 행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적자를 기록한 적도 없고… 작년 매출 26억 원, 올해 예상 매출은 4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변화해보고자 한다. 나름의 고민이다. 차량용 거치대를 통해 나인브릿지의 저력을 알린 것처럼, 우리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기획해 실제 제품화하는 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실제로 B2B ODM 영역에서 디자인과 개발, 성능/품질 테스트 내제화를 위해 노력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고 있다.
차량용 거치대를 시작으로 작년부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카카오, SKT 등에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차량용 거치대, 차량용 방향제, 차량용 가방걸이, 차량용 주차번호판, 보조배터리, 칫솔살균기, 모니터 받침대, 수납형 멀티탭 플러그팟, 조명, 워머, 소형 가습기 등 제품을 확장하고 있다. 크게 구분하자면, 자동차 안에서 사용하는 IT테크 제품과 책상 위에서 사용하는 온데스크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IT동아: 이해했다. 자체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 이외에 다른 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기획하고 납품하는 것인가.
김 대표: 그동안 구축한 우리의 네트워크와 경험, 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금형 관련 노하우, 국내외 제조 환경에서 구축한 네트워크, 자체 완성한 회로/전력/전압 설계 능력 등 나인브릿지가 10년 이상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활용해보고자 한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싸고 안 좋은 제품은 있다. 나인브릿지가 만든 제품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차량용 거치대 시장에서 저품질의 모방 제품이 등장하는 시기에도, 간단하게 기술 제휴해 빠르게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우리의 제품과 기술 함양을 위해 노력했다. 제품 품질로 증명하고, 서로 정한 납품 일정을 만족하는, 거래의 기본을 지키는 나인브릿지로 자리를 지키고 싶다.
2018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나인브릿지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2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총성 없는 전쟁을 겪었다. 우리에게는 생과 사의 문제였다(웃음).
그래도 우리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우리만의, 나인브릿지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기능적으로 우리가 앞설 수 있는 점은 무엇이고, ‘굳이 이렇게까지 디자인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도전을 이어갔다.
IT동아: 문득 나인브릿지를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 대표: 사업이 꿈이었다. 직장생활은 뻔하지 않나(웃음).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2008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고가의 스마트폰을 보호할 수 있는 케이스, 거치대 시장의 시작을 예상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사람들이 오래 찾을 수 있는, 오래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은 무엇이 있을까.
이후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앱이 등장하고, 운전자들이 스마트폰을 주요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면서, 거치대의 중요성을 찾았다. 보다 편리하게, 보다 범용적으로,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거치대 디자인을 찾은 것이 집게형 거치대 ‘대쉬크랩’이었다.
대쉬크랩을 바탕으로 자체 생산라인을 갖췄다. 경기도 군포시에 120평 공간의 생산공장을 마련했고, 공산품에 디자인을 입혀 나인브릿지만의 제품을 생산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렇게 소개한다. ‘못 만드는 제품은 없다’라고. 올해초부터 다른 기업과의 협업 사례가 늘어나면서, 품질을 만족하는 기준도 더욱 깐깐하게 다듬었다.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다. 제 2의 성장을 꿈꾼다. 차량용 거치대로 시작해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우리 나인브릿지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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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