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렉스파트너스 강동민 부사장, “투자는 시장의 심리 파악이 중요하다” | KS News
[IT동아 정연호 기자] 상장 기대주로 꼽혔던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쏘카의 경우엔 투자심리 악화로 기업가치를 1조 원 아래로 낮춰 상장을 했는데, 상장된 첫날부터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됐다. 증권업계에선 상장 기대주들이 상장 시 기대만큼의 몸값을 받기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타트업 혹한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벤처캐피탈(VC)들은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옥석은 어떻게 가려야 하는 걸까? 뮤렉스파트너스가 내놓은 답은 ‘이론 기반 투자’다. 이를 위해선 시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시장의 투자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투자업계의 거물이라고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와 워렌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강조하는 것도 “투자는 심리게임”이라는 점이다. 투자에 앞서 해당 산업이 어떤 국면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저평가된 산업에서 아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뮤렉스파트너스의 강동민 부사장과 펫프렌즈의 김창원 전 대표와 함께 시장의 심리를 파악해 투자를 진행하는 ‘이론 기반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ㅡ만나서 반갑다.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강동민 부사장(이하 강 부사장): 뮤렉스파트너스를 5년 전에 공동 창업해서 부사장을 맡고 있다. 투자는 2007년 현대증권에 입사하고 시작하게 됐다. 입사 당시 벤처투자 업무를 담당했는데 닷컴 버블이 붕괴한 이후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현대증권 포트폴리오에 있는 벤처기업들을 관리하면서 닷컴 버블의 여파를 수습하는 일을 맡았다. 차 한 대를 끌고 다니면서 강남과 지방에 곳곳에 있는 제조업체를 만나고 다녔다. 증권회사에 입사하고 1년 뒤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졌다. 증권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일을 시작했다.
ㅡ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입사 초기부터 처리해야 했다면, 그 경험이 본인의 투자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다.
강 부사장: 커리어 초기부터 투자 방식이 어느 정도는 보수적이 됐다고 생각한다. 보통 투자를 하면 100개 중 잘된 것들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내가 15년 동안 주도해온 70여 개의 투자를 보면, 기업이 망하거나 심각한 투자 손실을 본 경우는 드물었다. 그만큼 안정성도 중요하게 따졌다. 그리고, 벤처기업들을 관리하면서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이란 회사와 인연을 맺었는데, 자회사 컴투스가 이후로 뮤렉스파트너스에 가장 먼저 출자했다.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던 시기였다.
ㅡ본인만의 안전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투자 방식은 무엇인가?
강 부사장: ‘펀드매니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즉, 투자심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들이 ‘어떤 회사가 좋다’고 생각한다면, ‘펀드매니저는 왜 이 투자를 하려고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앞으로 계속 뜰 것이란 얘기가 많이 나왔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파악하면 현재 해당 산업이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VC는 투자를 위해서 섹터별로 전문 심사역을 둔다. 이들이 기업의 기술과 지표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일은 그 산업에 전문성이 있는 매니저가 잘한다. 하지만, 투자는 지표라는 ‘팩트’로만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장이 얼마큼 흥분해 있는지 혹은 괜찮은 산업과 기업에 시장이 무관심한 건 아닌지 등 심리를 파악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 시장이 과열된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ㅡ이론 기반 투자도 결국 시장 전망과 투자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산업에 대한 전망과 시장 심리는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
강 부사장: 투자 심리에 대한 분석도 주관적일 수 있어, 이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경험이다. 어떤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맛있었다고 하자. 다른 사람도 이 음식을 맛있다고 평가할까? 확실하지 않다. 같은 음식을 30곳에서 먹으면 이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투자도 경험을 쌓고 여러 기업을 만나며 다양한 산업을 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뮤렉스파트너스 직원들은 특정 섹터를 본인이 맡고 있지 않아도 기본적인 지식은 다 갖추고 있다. 심사역 간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A 분야의 기업이 그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이 그 말을 이해하고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다.
ㅡ투자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선, 지금 말한 내용은 ‘전문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들린다. 돈을 다루는 거니까 철저한 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건 필수인 거 같은데.
강 부사장: 증권사에선 전체적으로 팀원들이 특정 기업의 비중을 줄이거나 높이는 식으로 컨센서스를 만든다. 국내 VC업계에선 이론 기반 투자가 보편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대부분 개인 심사역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정보를 공유하고 컨센서스를 만들기보단, 좋은 기업을 개인 심사역이 투자해서 인센티브를 극대화하는 것이 개인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론 기반 방식이 무조건 정답이란 뜻은 아니다. 전략 차이라고 보면 좋겠다. 뮤렉스파트너스는 개인보단 펀드의 성과에 집중한다. 이론을 만들기 위해서 팀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가령, 엔데믹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중요해질 텐데, 단순히 환자 입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의사들이 쓰기에 편한 것도 중요하다는 전제를 둘 수 있다. 전제를 설정하고 원격진료 솔루션을 다 살펴보면서 기업들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투자 결정이 주관적이지 않으려면 직원들끼리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니, 이를 잘 활용하려면 투자 결정을 객관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ㅡ이론 기반 투자의 성공적인 사례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강 부사장: IMM PE와 GS그룹이 인수한 반려동물 이커머스 ‘펫프렌즈’다. 2018년 초에 1인가구가 성장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여러 기업을 만나면서 알게 된 건 이 분야가 산업적인 성장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다.
펫프렌즈는 이커머스로서 좋은 상품을 싸게 팔기 위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다. 처음 투자할 때 월 매출이 2억이었는데, 3년 만에 30배 성장해 60억이 됐다. 투자 초기엔 적자 폭이 컸지만 스케일업 과정에서 비즈니스 효율화에 나섰고 적자 폭을 크게 줄였고 *공헌 이익도 나고 있다. 상품 판매 데이터를 잘 분석해서 좋은 PB상품을 만들 수 있던 것도 적자 폭을 줄인 요인이었다. 이커머스는 경영 관리의 싸움인데 그걸 잘했던 거다.
투자 이후로도 뮤렉스파트너스는 펫프렌즈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필요한 인력을 소개해주고 매 투자 라운드 때 IR자료도 함께 만들었다. M&A를 할 때도 다양한 잠재 매수자를 초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M&A에선 경쟁구도가 잘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재료비, 연료비, 소모품비 등의 변동비(매출 증감에 따라 변하는 비용)를 뺀 금액을 말한다. 물건 A를 만들 때 변동비 1000원이 들어갔으면, 매출에서 1000원을 뺀 금액이 공헌이익이다. 기업의 총공헌이익과 임차료 등의 총고정비가 같아지는 지점이 손익분기점이다.
ㅡ뮤렉스파트너스의 지원 중 어떤 점이 펫프렌즈에게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김창원 펫프렌즈 전 대표(이하 김 전 대표): 사업을 하면서 힘들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업과 관련된 선택의 기로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받고, 힘든 것들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보통 투자기관을 만나면 “요즘 매출은 어때요?” “경쟁 상대는 어떤가요?”를 묻지만, 뮤렉스파트너스는 “대표님은 행복하세요?” “어떤 것들이 힘드세요?”를 물어본다. 자신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됐고, 대표와 기업 구성원이 행복해야 소비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펫프렌즈가 어려워하는 부분에서 좋은 인력을 소개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타트업들은 투자사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봐주길 원한다. 펫프렌즈가 처음 투자를 받으려고 나섰을 때 기업 가치가 몇 배로 성장할 수 있는지로 평가를 받았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묻는 투자사들이 주였다. 뮤렉스파트너스와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했고, 덕분에 이제 많은 사람들이 펫프렌즈 없이는 반려동물과 생활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강 부사장: 뮤렉스파트너스도 내부에서 어떤 지원이 가장 효율적일지를 고민한다. 네트워킹 행사를 우리도 많이 했지만,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 도움을 주는 것도 ‘이 회사가 잘되려면 뭐가 필요할지’에 대해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VC와 기업은 자주 만나야 한다. 우리가 담당하는 창업자는 24시간 카톡이 열려 있다.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외부 도움이 필요하면, 회사 내부에서 주간 회의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는다.
ㅡ투자사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뮤렉스파트너스에게 투자를 받을 때 어떤 점에 집중을 했나?
김 전 대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하는 하우스의 의사결정 구조다. 자본의 논리만 고려하는 VC의 경우엔 스타트업 대표의 의사결정에 혼선을 줄 수 있다. 또한, 바쁜 VC들은 시장에 대한 이해도 없는 경우가 많다. 강동민 부사장은 처음 만났을 때 산업에 대한 자료를 나보다 더 많이 공유했다. 펫 분야도 정말 많은 리서치를 한 상태라는 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것을 보고 투자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ㅡ현재 스타트업 업계에 혹한기가 왔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이라 전망하나?
강 부사장: 시장에 합리적인 조정이 왔다고 본다. 시장이 좋았을 땐 사모거래 과정에서 투자를 위한 협상이 없었다. 회사가 제시한 기업 가치에 맞게 투자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올해부턴 여기에 협상이 들어가 기업 가치를 조정하게 됐다. 그동안 투자를 하면 VC의 특별한 액션이 없어도 IT나 바이오 쪽에서 기업 가치가 상승했다. 그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자금 운용사도 스타트업 중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기업의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을 보면, 10년 동안은 내수 유통 시장을 디지털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제 혁신을 할 곳은 다 해버렸다. 내수 시장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답은 글로벌인데, 국내 배달앱이 싱가포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실현 난도가 높다. 그래서, 뮤렉스파트너스는 B2B(기업 대 기업) 솔루션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만약 기사 작성 툴이 있다면 이는 국내 언론사뿐 아니라 해외 언론사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의 흐름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솔루션으로 간다. B2B 솔루션에 투자를 하려는 것도 이 분야에 돈의 흐름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돈의 흐름은 쿠팡, 무신사, 야놀자 등 B2C(소비자시장)로 갔다. 이 기업들은 IT투자를 정말 많이 했고, 덕분에 기존 경쟁자를 이길 수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전환을 위해 IT투자를 하려고 한다. 기업이 디지털전환을 스스로 하기 어려우니 B2B 솔루션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벤처투자 통계를 보면 1위가 컨슈머테크고 2위가 바이오다. B2B 솔루션은 높은 순위에 있지 않다. 저평가된 시장인 셈이다. 지금은 보안 솔루션 수요가 커질 것을 예상하고 개인정보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체커에 투자를 했다. 체커의 솔루션은 구매 전환율이 거의 100%다. 구매를 검토한 기업들은 대부분 다 쓰는 것이다. 야놀자나 카카오에서 다 쓰고 있는 솔루션이다.
ㅡ이외에도 어느 B2B 솔루션 기업에 투자를 했나?
강 부대표: 대표적으로 포디리플레이와 큐픽스라는 회사가 있다. 포디리플레이는 360도 카메라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스포츠 중계나 올림픽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 회사가 경쟁력이 있으니 글로벌 방송사나 통신사가 주 고객이다. 큐픽스는 360도 카메라로 건설현장을 찍고 3D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코어 기술에 진입 장벽이 있어 이 기업들은 해당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기업이라고 해도 경쟁력이 있다면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뮤렉스파트너스의 테크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40%가 글로벌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ㅡ뮤렉스파트너스는 앞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강 부사장: 이제 세 번째 펀드를 만든다. 뮤렉스파트너스는 5년간 이론 기반 투자를 해왔는데, 아직 표준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표준 모델을 만들어서 더 명확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 정량적인 분석만으론 차별성을 갖추기 어렵다. 정성적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하우로만 남길 게 아니라 이론 기반 투자를 프로세스로 만들고 데이터를 쌓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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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