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오명 붙은 데이터센터… 친환경 전환 필요해 | KS News
[IT동아 정연호 기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작은 데이터다. 데이터가 더 많아질수록 빅데이터 예측은 정확해지고, 인공지능의 성능도 향상된다. 그런데,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가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저장장치 등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장비들을 설치한 시설이다. 기업들은 자사 데이터센터를 짓기도 하고, 외부 데이터센터를 빌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IDC 사업자에게 데이터 관리를 맡길 수 있고, 데이터를 분산해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한다. 데이터를 저장해 놓은 곳에 문제가 생긴다면 분산해 놓은 데이터를 바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작동시키는 데 대규모 전력이 낭비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대부분의 전력을 장비 열을 식히는 냉방에 사용한다. 여기에 쓰이는 에너지 소모량만 전체 전력의 45~50% 정도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작동하기 때문에 장비들이 열로 인해 멈추거나 고장이 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냉방장치를 통해서 내부 온도를 20도 안팎으로 낮춰야 한다.
IT시스템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포플라의 최인묵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장비 열을 낮추는 데 전력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평균 온도가 낮은 곳에 위치하기도 한다. AI(인공지능)를 통해서 냉각 비용을 낮출 수는 있지만 전력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20~320TWh로 이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0.9~1.3%에 달한다. 해당 연도에 100~140TWh의 전력을 사용한 가상화폐 채굴 항목은 제외된 수치다. 영국의 전체 전력 사용량이 한 해에만 300TWh인데, 데이터센터가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가 3000TWh를 사용해 전체 전력량의 8%를 차지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력 생산시스템은 대부분 화석 연료에 의존하므로, 이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상당한 규모라고 말한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2016년 1252개에서 2021년 1851개로 늘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산업동향보고서 ‘KOREA DATA CENTER MARKET 2021-2024’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센터는 매년 5.9%씩 증가해 2020년 기준으로 156개에 달한다. 2024년까지 추가로 지어질 데이터센터는 24개다.
국내 전력 사용 데이터를 보면,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많은 전력를 사용한다. 2015년 국내 124개의 데이터센터는 전체 산업 전력량의 1%인 26.5억kWh를 사용했다.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2020년 서울시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쓴 건물 10위 중 2위, 3위, 7위도 데이터센터였다.
기업들이 많은 데이터를 쌓는다고 해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데이터 보호기업 베리타스에 따르면, 기업들이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의 52%는 다크데이터이며, 이로 인해 일년 동안 58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다크데이터는 저장은 됐으나 사용 및 분석을 하지 않는 데이터를 말한다. 데이터 양은 2015년 33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75제타바이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데이터 관리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크데이터는 5년 이내에 약 4배인 91제타바이트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를 친환경적으로 관리한다, 그린데이터센터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IDC(인터넷데이터센터)의 저탄소 기준으로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K-택소노미는 친환경적인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지침서로, 기업과 금융기관은 투자 의사 결정을 할 때 친환경 영역을 평가하기 위해서 이를 참고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그린데이터센터로 인증을 받은 데이터센터는 총 22곳이다. 기존 데이터센터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탄소배출이 적은 곳을 그린데이터센터라고 한다. 올해 추가될 곳을 포함하면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을 받는 곳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에 참여했던 기업 중 77.8%가 자체 그린활동 및 권고사항으로 에너지효율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서효제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효율이 잘 나온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운영 비용이 절감되는 것과 함께 에너지 사용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어서 중요한 이슈다. 많은 기업이 그린데이터센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에너지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데이터센터 전환을 위한 기업들의 변화에는 운영 최적화 기술 도입 등이 있다. 서효제 연구원은 “그간 고효율 설비의 도입을 통해 에너지사용 효율에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더 나아가 운영 최적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AI 시스템을 도입해서 외부 온도와 기상 조건에 맞춘 자동 운영 시스템 도입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전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지만, 에너지절감을 위한 운영 방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냉방 시설이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를 위해선 효율적인 냉방 방식을 찾는 것, 이를 설계 단계부터 고려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효율적인 냉방이 갖춰지면 데이터센터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냉방 에너지 비중을 10%까지 줄일 수도 있다. 연평균 기온이 낮은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춘천은 차가운 외기로 서버 발열을 제어하는 외기 냉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조명과 난방에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을 활용하고 있다. 외기 냉각은 외부의 시원한 공기를 순환해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또 다른 방안은 사용하지 않거나, 재사용되지 않는 열인 ‘폐열’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데이터센터 냉방에 다시 쓰거나, 지역 난방 네트워크를 통해 인근 상업 건물 및 주택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오세신 연구원이 작성한 ‘데이터센터 폐열의 지역냉난방 활용 사례와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핀란드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소비의 97%를 폐열 형태로 회수할 수 있었다.
미국에선 아마존이 시애틀 시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시애틀 시 중심에 캠퍼스 건물을 건설했는데, 데이터센터가 모인 인근 웨스틴 빌딩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캠퍼스 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세신 연구원은 폐열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총 발전량에서 일부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게 하는 제도)의 신재생에너지 이행 수단에 폐열 등 미활용 에너지도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이미 구축된 지역난방 네트워크에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는 건 일정 부분 비효율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신도시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폐열을 효율적으로 지역난방과 연계하는 사업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활용, ‘탈탄소’ 위한 명확한 정책 필요
IEA는 “2010년 이후로 인터넷 유저는 두 배 이상 늘었고,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은 20배 증가했다. 에너지 효율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 수요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제번스의 역설에서 보듯, 에너지 효율 향상은 실제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석탄을 예로 들면, 기술이 발전하면 동일한 작업을 할 때 석탄을 덜 쓸 수 있게 되고, 이에 수요가 줄어 석탄값은 내려가게 된다.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면 오히려 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 제번스의 역설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린데이터센터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오세신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이려면 정부가 탈탄소화라는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는 전기요금에 세금이 거의 안 붙고, 요금도 외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싼 편이다. 데이터센터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대상(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면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이 늘어난다)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느린 이유는 배출권 거래 가격이 낮으니, 배출권을 사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신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기조가 강하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연료비 상승에 직접적으로 연동되지 않고, 인상 폭도 제한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고 지적한다. 값싼 전기에 중독돼서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상반기에 14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연료비는 급등하면서 한전이 전기를 사 오는 도매가격은 올랐지만,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요금은 크게 인상되지 않았다. 배출권 가격이 올라가고, 전기요금도 연료비에 맞춰 상승하게 된다면 한전의 재무를 개선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정상화만 되도 한전이 이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시설을 확충할 수 있게 되고,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장려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기반 시설이 늘고 발전단가가 내려가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도 없다.
그린피스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끔 장려할 때 중요한 키워드가 ‘지역성’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목표를 발표하더라도, 이 목표가 해당 기업이 운영되는 그 지역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A라는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한국에선 화석 연료로 발전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선 최근까지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제도가 없어서 이러한 사례가 많았고,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그린피스 이인성 캠페이너는 A기업과 같은 사례를 두고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이나 탄소 감축에는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시스템은 당연히 수요가 많이 받쳐줘야 발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면 그 지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발달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발전소 등이 발전하기 어려운 것. 한국은 지역들이 같은 전력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내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사는 것은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업들이 다른 지역의 지자체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이러한 인프라를 발전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만들 때 기업들이 투명하게 자사의 에너지 사용 구조를 공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인성 캠페이너는 “현재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쓰는지 투명하게 볼 수 없고, 기업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 미국 같은 경우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다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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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