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기차 폐배터리 10만개 쏟아진다…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추진 활발 | KS News
[IT동아 김동진 기자]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4만6,909대였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0만681대로 115%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이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자, 2030년쯤 연간 10만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는 코발트와 리튬, 니켈 등의 소재로 구성됐기 때문에 사용 후 그대로 매립하면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전기차에서 소모한 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0년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20조원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나뉘는 폐배터리 산업
폐배터리 산업은 다 쓰고 남은 배터리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는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에서 잔존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수거해 코발트와 니켈, 리튬 등 핵심 원재료를 회수, 새 배터리 제조에 다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터리 원자재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원재료 자원도 유한하기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에 투자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직접 핵심 원재료를 채굴하지 않고도 폐배터리에서 다시 원재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폐배터리로부터 핵심 원재료인 리튬과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 기업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1년 초 독일 잘츠기터에 관련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잘츠키터 공장에는 연간 최대 3,600개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공정이 적용됐다. 이곳에서 배터리 원재료 90% 이상을 회수한 후 재활용할 수 있다. 잘츠기터 공장은 조만간 폭스바겐그룹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도 천안과 울산 등 사업장에 폐배터리 원재료를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공정을 지난 2019년부터 구축 중이다. 이 기업은 지난 5월, 자사 연구소 내 ‘리사이클연구 랩(Lab)’을 신설해 배터리 소재 회수율을 높일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폐배터리 모듈 묶어 전기차 충전소로 탈바꿈…R-ESS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다해도 내부에는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용량이 남아있다. 이 폐배터리의 모듈 여러 개와 급속 충전기 1개를 연결해 전기차용 리유즈(Reuse)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폐배터리 재사용은 전지에 남은 잔여 용량을 활용해 만든 ESS를 통해 이뤄진다.
정부는 폐배터리 재사용 촉진을 위해 ‘풍력 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R-ESS를 풍력발전 설비와 연계해 잉여전력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도 한국수력원자력, OCI와 업무협약을 맺고 R-ESS를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접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기업은 한화큐셀과도 전기차 배터리의 태양광 연계 ESS 재사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솔루션 기업 원익피앤이 또한 폐배터리를 내장한 하이브리드 급속 충전기를 선보이며 세계 각지로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원익피앤이의 하이브리드 급속 충전기는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전기차 충전기에 내장한 폐배터리 전력을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잉여 전력을 폐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 필연적으로 페배터리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로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전기차 값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어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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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