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될 수 있을까? 비접촉 결제 사용해보니 | KS News
[IT동아 권택경 기자] 국내 한 여행 유튜버의 영상 속 한 장면. 해외에서 식사를 마친 후 점원이 가져온 결제기에 카드를 긁거나 꼽는 대신, 대기만 했는데도 순식간에 결제가 이뤄진다. 이렇게 마치 교통카드처럼 카드를 살짝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방식을 비접촉 결제(컨택리스 결제)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됐다지만, 국내에서는 실물 카드를 활용한 비접촉 결제는 아직 생소한 실정이다. 국내 결제시장이 해외 시장 대세와 동떨어진 생태를 지니고 있다며 ‘갈라파고스’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국내에도 수년 전부터 비접촉 결제 기능을 기본 탑재 중인 현대카드를 비롯하여 많은 신용카드 업체들이 비접촉 결제 지원 카드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비접촉 결제는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 사업자들의 표준 결제망인 EMV와 RFID, NFC와 같은 무선 신호 기술을 활용한다. EMV 규격 인증을 받은 NFC 단말기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는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애플페이와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비접촉 결제 활용도를 바탕으로 향후 애플페이의 활용도도 어느 정도 미리 짐작해볼 수 있다.
결제 빠르고 편하지만 아직 인지도, 활용도 낮아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는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기자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비접촉 결제를 이용해보니 GS25, CU 등 편의점이나, 롯데리아의 무인 키오스크, 스타벅스 등에서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카드는 마치 와이파이 표시를 옆으로 눕혀놓은 듯한 마크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비접촉 결제 지원 단말기에도 이 마크가 표시되어 있다. 결제 요청에 따라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면 순식간에 결제가 이뤄진다. 카드를 꼽거나 긁는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간단했다.
비접촉 결제 지원 단말기가 비치되어 있더라도 이를 활용하지 않아 결제가 불가능한 편의점도 있었다. 또한 일부 편의점에서는 비접촉 결제 인식부에 홍보물을 붙여놓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결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비접촉 결제 마크가 가려져서 지원 여부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고, 해당 기능을 막아놓았거나 고장이 난 걸로 착각할 여지도 있어 보였다. 지원 단말기를 갖췄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빈도가 낮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편의점 점원은 “비접촉 결제를 하는 손님을 이때까지 한 명 정도 봤다”면서 “편의점 근무 전에는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원도 “비접촉 결제를 하는 손님이 종종 있지만 10명 중 1명꼴”이라고 말했다.
인지도도 활용도도 낮다보니 비접촉 결제 카드가 있더라도 이를 활용하지 않거나, 점원이 비접촉 결제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접촉 결제를 했더니 점원이 놀랐다”거나 “거기에 대면 결제가 안 된다며 제지하더라”는 경험담도 전해진다.
애플페이 도입, 비접촉 결제 보급 계기 될까
그동안 국내에도 비접촉 결제를 확산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국내 신용카드 7개 사가 연합해 자체 비접촉 결제 규격인 저스터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물 카드가 아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간편결제로 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글로벌 사업자 중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비접촉 결제 공식 가맹점을 확보했고, 지원 카드도 많은 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이마트24와 추가로 가맹 계약을 맺는가 하면, 여행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비접촉 결제 기능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가맹점이 많지는 않은 만큼, 국내보다는 해외 여행 시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국내는 대부분 카드 가맹점들이 아직 MST 방식에 머물고 있는데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1위인 삼성페이가 MST 결제를 지원해 이용자나 가맹점이 굳이 다른 결제 방식을 이용하게 할 요소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앞으로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는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애플페이는 관심도 인지도도 부조한 결제 사업자들의 자체 비접촉 결제 서비스와 달리 도입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비접촉 결제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 결국 단말기 문제였던 만큼, 같은 단말기를 활용하는 애플페이가 빠르게 확산하면 국내 비접촉 결제 시장 전체 판을 키울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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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