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경쟁서 조급한 행보로 ‘위태로운 일인자’ 이미지만 키웠다 | KS News
[IT동아 권택경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구글의 광폭 행보가 잇따라 역효과를 내고 있다. 설익은 제품과 서비스를 서둘러 출시한 게 오히려 구글이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이미지만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내부 직원들조차 회사의 행보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구글 전현직 직원 18명의 내부 메시지에 구글의 챗봇 바드를 “병적인 거짓말쟁이”, “쓸모없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평가하며 출시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정황이 담겼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직원들은 바드가 비행기 착륙 방법을 묻자 추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답변을 내놓거나, 스쿠버 다이빙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직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바드 출시를 강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 경영진은 이 과정에서 AI 윤리에 대한 회사 내부의 우려를 묵살하기도 했다. 매체는 신제품 안전과 윤리적 영향에 대한 검토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개발 중인 생성형 AI 관련 기능들의 출시를 방해하거나 막지 말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구글의 조바심은 오픈AI의 챗GPT가 구글의 사업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챗GPT와 같은 챗봇이 검색 엔진을 대체하면 구글 수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검색 광고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챗GPT 출시 후인 지난해 12월, 구글 경영진은 ‘적색경보’를 선언하고 챗GPT의 위협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매체에 따르면 선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AI 전략을 정의하기 위한 회의를 연달아 열며 수많은 조직을 챗GPT 위협에 대응하는 AI 시제품과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일에 재배치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 2월 챗GPT 대항마로 챗봇 바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4일에는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초안 작성 기능을 비롯한 생성형 AI를 활용 기능을 추가하는 등 AI 관련 제품과 새로운 기능을 서둘러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드는 출시 행사에서 오답을 내놓은 사실만 조명되면서 망신살을 샀다.
구글은 지난달 21일 바드를 ‘실험’ 기능으로 미국과 영국에 우선 공개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혹평만 쏟아지는 분위기다. 미국 매체 더버지는 “당신이 구글 주식을 공매도했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면 구글 바드를 사용하면 된다”는 신랄한 평가를 남겼다.
사실 AI 제품 출시를 위해 완성도와 윤리 문제를 경시하는 태도를 구글만 취하고 있는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한때 30명에 달했던 AI 윤리팀을 지난해 7명 규모로 축소한 데 이어, 올해는 완전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러한 검토 절차를 제품 출시를 늦추는 장애 요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유독 구글의 AI 전략에 매서운 시선이 쏟아지는 건 ‘위협받는 일인자’ 이미지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 버지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오픈AI와 같은 구글의 경쟁자들도 구글만큼이나 위태로운 상태다. 유일한 차이점은 그들은 검색 시장의 일인자가 아니며, 잃을 게 적다는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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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