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구 급감·고령화로 농기계 사고 급증…’자율주행 기술 활용 추진’ | KS News
[IT동아 김동진 기자] 농업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가 유발한 일손 부족으로 농촌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농가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농기계 사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기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고령 농민의 안전사고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일손을 보충하는 동시에 농민의 안전을 보장할 방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농기계’가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최근 5년간 농기계 사고 연평균 1200건 이상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촌인구는 2000년 403만명에서 2019년 225만명까지 줄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 비율은 21.7%에서 46.6%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급격한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유발한 노동력 부족을 농기계로 보충하고 있지만, 안전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대처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농기계 사고는 연평균 1273건이 발생해 93명이 사망하고 1009명이 부상을 입었다. 농기계 사고 발생 시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사고자 100명당 7명꼴로 집계돼 심각성을 더한다.
상황이 이렇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 농업기계화 시행계획’의 주요 비전을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을 위한 스마트 농업기계화로 설정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AI 관련 농기계 전문인력 양성을 비롯,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을 4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생산성과 농민 안전 보장할 ‘자율주행 농기계’ 주목
정부가 규정한 국내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은 크게 0단계에서 4단계까지 나뉜다. ▲0단계는 원격제어 ▲1단계는 자율직진 ▲2단계는 직진+선회 ▲3단계는 자율 작업(유인 탑승 지원) ▲4단계는 완전 무인 자율작업 기술로 구분한다.
4단계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 농기계는 탑승자의 운전과 제어 없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이 다칠 일을 막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작업 수행도 가능해 생산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기술로 성과를 보이는 기업도 등장했다.
농기계 자율주행 가능케 하는 핵심 기반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
농기계 제조기업 대동은 최근 3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을 적용한 HX트랙터와 DH6135 콤바인이 정부 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대동 관계자는 “해당 농기계는 자체 생성한 작업 경로를 오차 ±7㎝ 이내로 벗어나지 않고 직진하면서 선회 시 작업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 3단계 자율주행 농기계 정부 시험을 통과했다. 4분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도 스스로 작업이 가능한 4단계 자율주행 트랙터를 2026년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기술에 필요한 농업 및 농경지 작업 환경 데이터를 올해 초부터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 시험을 통과한 대동의 자율작업 HX트랙터와 DH6135 콤바인의 핵심 기반은 GPS로 알려진 글로벌 위성 항법 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과 초정밀 위치 정보(RTK, Real-Time Kinematic)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농기계 위치 정밀도는 2cm 이내, 작업 시에는 최대 오차 7cm 이내로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RTK는 오차 범위가 몇 미터에 달하는 GNSS 위치 정보를 기준국을 통해 센티미터 수준으로 줄여 고정밀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초정밀 위성 항법 장치(RTK GPS)는 자율주행 농기계뿐만 아니라 드론과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차 등이 스스로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제반 기술이다. 자율주행 기기가 정확하게 정해진 경로대로 작업하는 동시에 안전사고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오차범위를 최소화하는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가 필수다.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는 미국이나 유럽 등 값비싼 외산 장치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외산 대비 1/3 이하 가격으로 평균 2cm 미만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최대 농기계 제조사에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를 납품하는 씨너렉스도 그중 하나다. 이 기업은 국내 농기계 제조사와도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박재덕 씨너렉스 대표는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는 위성 신호의 오차를 보정해 줄 기준국과 맞물려 작동한다”며 “MBC와 협업해 전국 50여개 기준국을 바탕으로 위성신호 오차를 보정해 평균 오차범위 위·경도 2cm 미만, 고도 10cm 미만의 초정밀 위성항법 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 해당 장치를 통해 농기계의 정밀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면, 농가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생산력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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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