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료기기 CRO 센터 “임상시험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 KS News
[IT동아 권명관 기자] 신약과 같은 새로운 의약품과 기존에 없던 의로기기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수다. 하지만, 임상시험은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의료기관과 협업하며 진행해야 하는 임상시험은 제약사와 제조사 등이 쉽게 수행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다.
때문에 임상시험수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이하 CRO)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CRO는 임상시험 전에 필요한 설계와 계획 등 전반적인 과정을 대행하고, 객관적인 시험 결과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며 바이오, 의료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CRO 시장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20년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CRO 관련 서비스 시장 현황 및 해외 진출 방안’에 따르면, CRO 분야는 1980년대 의약 선진국인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아시아, 중남미 등 파머징(Pharmering, 떠오르는 제약시장)의 등장과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으로 CRO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졌다. 이와 함께 국내 CRO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시장에서 토종 CRO들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33.3%에서 2018년 46.8%까지 올라가는 등 외국계 CRO와의 격차도 줄고 있다.
또한, 국가임상시험재단이 발표한 ‘2023년 국내 임상시험 산업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재 CRO 기업 매출액(합계)은 2020년 6722억 원, 2021년 8,532억 원, 2022년 9,885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CRO 형태별로 전체 매출액은 내자 CRO가 5121억 5700만 원 규모로 외자CRO(2274억 7300만 원)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평균 매출액은 외자CRO가 약 379억 원으로 내자CRO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의료기기 CRO 센터는 이러한 CRO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수출 중심 의료기기 제조기업의 선진국 시장 진입 기반 강화라는 비전을 목표로 지난 2022년 개소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협력해 체계적인 의료기기 CRO 플랫폼 교육 인프라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한 선진국 요구 임상시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문 교육 추진을 추진 중이다.
이에 IT동아가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록병원 의료기기 CRO 센터의 박성빈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임상시험에 CRO는 필수입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이 질문부터 해야겠다. 임상시험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궁금하다.
박성빈 센터장(이하 박 센터장): 새로운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일종의 검증 과정인데, 흔히 말하는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의약품이 제대로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지, 의료기기를 통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생명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만큼 전문적이고, 유니크한 일이다. 때문에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이전부터 치밀한 설계와 컨설팅, 모니터링, 데이터 관리, 허가 등의 과정을 다방면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임상시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준비하는 과정도 그에 못지 않다는 뜻이다.
IT동아: 임상시험 전 단계에 필요한 것을 대신 준비하는 기관으로 이해하면 될까.
박 센터장: CRO는 임상시험 설계부터 실시, 종료 후 보고서 작성 등 전반적인 과정에 모두 참여한다. 임상시험을 실행하는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의뢰한 기업 사이에서 원활하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반인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주고 받는 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렵다. 전문적인 의료 용어 등을 100% 이해한다면, 이미 일반인이 아니다. CRO가 필요한 이유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확실히 허투루 접근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한 기업이 병원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아닌가.
박 센터장: 맞다. 특히, 의료기기 개발기업의 경우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대기업 계열사가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다. 중견기업 조차 몇 없다. 99% 중소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소기업이 의료기기를 개발하면서 전문적인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의료 지식이 풍부한 직원을 고용해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상시험 담당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의와 견주는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간호사도 부족한 상황에서 임상시험과 관련해 전문 의료 지식을 갖춘 담당자를 기업이 찾는다? 사막에서 바늘 찾는 일과 같다. 특히, 임상시험에 대한 책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업에게 있다. 기업이 CRO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과 같다. 의료 현장에서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진이 임상시험에서 기업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하나씩 챙기기 어렵다.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으로 CRO를 보다 쉽게 제공합니다
IT동아: 의료진과 기업, 양측이 원하는 최선의 효율과 결과를 위해 CRO가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새로운 의료기기라는 것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박 센터장: 하하. 정말 다양하다. 환자의 신체 기능을 개선시켜주거나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기 또는 도구를 뜻한다. 외과 수술에 사용하는 삽입물, 신체 기능을 돕는 보형물을 비롯해 혈압측정기, 혈당측정기 등 다양하다. 주사침부터 CT, MRI, X-레이 등도 모두 의료기기다.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를 보며)
특히, 최근 새로운 의료기기는 스타트업이 많이 도전하며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화에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드물다. 일반적인 일상용품,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더한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개발하는 것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1차, 2차, 3차 등 단계별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각 임상시험 단계마다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IT동아: 이러한 어려움을 돕기 위해 의료기기 CRO 센터를 준비한 것인가.
박 센터장: 지난 2022년 의료기기 CRO 국가 지원사업을 통해 센터를 개소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다. 사실 의료기기 개발사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등을 위해 CRO의 관련 업무를 돕는 교육은 기존에도 있었다. 제조 및 제약 업계 종사잘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관련된 역량을 강화하고자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있지만, 새로운 의료기기,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담당자가 매번 교육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의학 용어조차 생소하고 낯설지 않겠나.
IT동아: 공감한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분야의 지식 함양을 위해 교육에 참여하라고 하면 한숨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안그래도 담당 업무로 바쁜 직장인들 아닌가.
박 센터장: 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가 의료기기 CRO 센터 개소였다. 매번 오프라인으로 참여해야 했던 교육 과정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메타버스다.
임상시험 관련 교육은 몰입도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인 강의나 세미나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는 효율이 떨어졌다.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제공했던 교육도 이럴진데, 온라인 비대면으로 교육을 제공하면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결과가 메타버스였다.
메타버스는 실제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직접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개발한 의료기기를 보고 만져보는 듯한 경험, 이를 임상시험 현장에서 적용하는 듯한 경험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의료기기를 개발한 엔지니어가 마치 임상시험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는 듯한 경험도 제공할 수 있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양방향에서 소통하는, 인터랙티브한 교육이다.
의료기기 관련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관련 기준과 표준 등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를 바탕으로 메타버스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 개발을 위해 메타버스 전문 기업 디지포레와 같이 고민하며 준비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사)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협력해 체계적인 의료기기 CRO 플랫폼 교육 인프라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선진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임상시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료기기 CRO 센터는 수출 중심 의료기기 제조기업의 신속한 선진국 시장 진입 기반 강화라는 비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선진국의 임상시험 관리 규정을 분석하고, 국내기업 실무자 및 의료기기 CRO 대상 기초 및 심화 교육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확보한 전문 인력을 활용해 교육 인프라와 정보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관간 연계 체계를 확보하고, 입체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 등을 활용해 의료기기 국내기업의 해외 선진국 시장 진출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IT동아: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하는 셈이다.
박 센터장: 지난 2023년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문전시회 ‘KIMES BUSAN 2023’에 참가해 의료기기 CRO 센터를 알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메타버스 기반 확장현실(XR) 의료기기 임상시험 교육 콘텐츠를 시연하고, 임상시험 수행 및 완료, 인허가까지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료기기 임상시험 전주기에 대한 이해와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교육 콘텐츠를 진행해 총 157명이 교육에 참여했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군이 교육 과정에 참여했고, 기업 관계자 및 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의료기기 CRO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의료기기 CRO 센터 개소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박 센터장: 강원도와 원주시는 지난 1998년부터 산업통산자원부와 함께하는 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연세대학교도 원주시와 협력하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원주시에만 150개 이상의 의료기기 개발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강원도 전체로 확대하면 200여 개 이상이다.
이처럼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현장에서 오핸 시간을 보냈다. 원주시 출연기관인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전략기획실장과 기업 지원 본부장으로 일했으며,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료기기 CRO 센터 개소와 함께 의과대학 정밀의학과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 종사자를 위한 임상시험 교육과 국내 및 해외 인허가 준비를 위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임상시험 규정을 분석하고 의료기기 업계 종사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IT동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해 의료기기 CRO를 지원하며 기억에 남는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박 센터장: 중소기업, 스타트업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이 임상시험을 직접 관리하고 최종 결과까지 도출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과 비용을 떠나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대상자 선정부터 풀어야 한다. 보통 의료기관과 같은 임상시험 실행 기관이 대상자를 모집하고 찾는데,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대상자를 잘못 모집해 선정했을 경우 원하지 않는 결과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관련 데이터만 측정한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임상시험을 실행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진 등 현장과의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생리통 완화기를 개발한 의료기기 개발사가 있었는데, 배를 따뜻하게 해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를 검증하고자 했던 기업이다. 역시나 임상시험 설계 과정에서 많은 난항을 겪었다. 시제품까지 제작한 생리통 완화기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평소 생리통 진통제를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을 나눠 비교했을 경우 통증 저감 효과는 얼마나 차이나는지 등의 결과를 얻기까지 약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의료기기 인증과 허가와 관련해 임상시험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아니,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정부, 지자체 들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료기기 CRO 센터는 오는 2026년까지 ‘의료기기 CRO 국가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앞으로도 의료기기 국내 기업 종사자를 위한 양질의 의료기기 임상시험 온/오프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의료기기 CRO 표준작업 지침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국의 의료기기 임상시험 규정을 분석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메타버스와 같은 ICT 기술을 융합해 산업 종사자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임상시험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도 우리 의료기기 CRO 센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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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