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영 건국대학교병원 교수 “고령환자 DB, 질병 예방 시대 마중물” | KS News
[IT동아 차주경 기자] 질병의 진단과 치료, 관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발병과 예후를 예측해서 관리하는 시대가 곧 온다. 의료데이터 덕분이다. 환자의 몸의 특징과 생활 습관, 과거 병력 등을 모은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알맞은 대응 방법을 찾는 원리다.
이미 세계 의료계는 의료데이터 수집에 이어 분석과 활용, 가치평가 방안을 활발히 논의한다. 수 년 전부터 의료데이터 활용 방안을 연구한 신진영 건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나 이 시장의 발전 현황과 전망,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효용을 물었다.
신진영 교수는 연구 목적으로 가명화된 의료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여기에 숨겨진 효용을 발견했다.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논문에 적용할 만큼의 근거 자료를 추출 가능하다. 신진영 교수도 의료데이터를 활용해서 공복 혈당과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을 다루는 논문을 썼다.
이어 신진영 교수는 의료데이터와 건강보험데이터, 공공데이터간 결합 연구를 시도한다. 의료데이터와 건강보험데이터는 환자의 발병과 치료, 예후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역사와 같다. 그래서 다양한 공공데이터와 함께 연구하면 암과 비만, 뇌졸중과 심근경색, 고혈압과 당뇨, 대사증후군 등 사람을 괴롭히는 각종 만성 질환과의 연관성을 파악 가능하다. 환자의 발병 원인 조사와 알맞은 치료 방법 도출, 예후 관리까지도 가능하다.
이들 경험을 토대로, 신진영 교수는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결합 연구에 알맞게 가공하려 한다.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익명화해서 외부 데이터 포털이나 의료데이터 연구 기관이 손쉽게 활용하도록 돕는 연구다. 연구의 일환으로 신진영 교수는 RWE(Real Wolrd Evidence, 실사용증거) 스타트업 메디플렉서스(대표 김동규)와 새로운 ‘고령환자 DB’를 만들었다. 질환이 아닌, 환자 위주로 모은 DB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질환별 연구에 매진했다. 덕분에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의 데이터를 많이 모았고 치료 방법도 개발했다. 그런데, 고령환자의 질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라고 해도 양상과 합병증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환자마다 생활 습관과 신체 특성, 병력이 모두 다른 까닭이다.
신진영 교수는 건국대학교병원에서 고령환자를 돌보다가 이 점에 착안, 질환이 아니라 환자의 특징 위주로 연구하는 방법을 가정했다. 이것이 합병증 발병이나 질환의 재발병을 줄일 근거가, 연구를 뒷받침하고 서비스를 만들 토대가 될 것으로도 생각했다.
실제로 고령환자 DB는 여러 연구를 도왔다. 뇌졸중 환자의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것에서 더욱 나아가 구체적인 퍼센테이지를 도출했다. 고령환자 5만 8900명을 조사, 이들이 180일 이내 다시 입원하는 비율과 원인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 그 결과 인지기능 저하, 우울감, 다약제복용(약을 5개 이상 복용하는 것) 등이 재입원을 유발하는 것을 증명했다.
고령환자의 당뇨 관리 기준을 체계화한 성과도 냈다. 당화혈색소는 항상 일정 수치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고령환자에 적절한 당화혈색소 목표는 수정돼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진영 교수는 고령환자 DB를 토대로, 합병증 발병과 재입원을 막으면서 당뇨를 관리할 효율 좋은 당화혈색소 수치를 찾아내 검증했다.
고령환자 DB처럼 환자에 특화된 의료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예측과 관리까지 가능하다. 과거 의료계는 질병의 치료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질병의 조기 발견과 대응에 주력했다.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질병의 발병을 미리 예측하고, 치료 이후의 예후 관리도 가능하다. 환자마다 다른 위험 요인을 분석해서 맞춤형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와 관리 방법까지 제안 가능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의료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또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의료데이터는 이곳저곳에 흩어진 채 보관 중이다. 그래서 연구자가 찾아다니면서 확보하고 분석해야 한다. 분석할 때 쓰는 프로그램의 종류가 많아 다루기 어렵고, 결과를 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부문을 다루는 연구자와 통계 전문가도 적다.
신진영 교수는 건국대학교병원의 가명화된 의료데이터를 확보, 접근성 문제는 해결했다. 의료데이터의 분석은 메디플렉서스의 프로그램 ‘올리(allRe)’에게 맡겼다.
신진영 교수는 올리의 장점으로 기존 의료데이터 분석 프로그램보다 쓰기 쉬운 점, 분석 과정 및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점을 들었다. 의료데이터 연구자에게 편의와 결과를 가져다주는, 기존의 제약을 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통계 도출 성능을 더욱 강화하고 논문에 바로 사용 가능한 정보를 만드는 기능까지 추가해 완성도를 더욱 높여달라고 메디플렉서스에 주문했다.
신진영 교수는 메디플렉서스와 함께 고령환자 DB의 활용 영역을 더 넓히고, 공공 데이터와의 융합도 시도한다. 공공 데이터와 의료데이터가 만나면 환자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다양한 근거를 만든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주어지는 대중교통 무료 혜택이 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이 사례다.
의료데이터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만성 질환들의 연구와 진보도 돕는다. 만성 질환 치료제의 연구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임상 대상자 모집이다. 워낙 수가 적어서다. 분량이 풍부한 고령환자 DB를 쓰면 적합한 대상자를 빠르게 찾아낼 것이다. 고령환자 DB에 포함된 만성 질환 환자의 데이터를 쓰면 된다. 신진영 교수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해서 시간과의 싸움인 임상 연구를 빠르게 진행하고 거듭하며 고도화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신진영 교수는 고령환자 DB를 포함한 의료데이터 분석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 근감소증 등 고령화 만성 질환을 치료할 기술의 연구 개발에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금을 단행하는 것이 근거다. 나아가 의료데이터는 고령환자 특화 약물 개발, 만성 질환과 합병증 예측 기술 개발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내다본다.
신진영 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우리나라 의료계도 의료데이터의 연구와 활용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의료데이터를 다루려는 연구자들에게 보안을 반드시 철저히 유지할 것, 통계적 의미에만 집중하지 말고 의료데이터 그 자체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분석과 의미 도출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을 조언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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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