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카카오 가격에 비상 걸린 식품업체들, 대체 카카오 관심 뜨거워” | KS News
[IT동아 권택경 기자] 코코아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전체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지난 3월에는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장중 톤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값싼 초콜릿의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한다.
상황이 이러니, 카카오를 원료로 다루는 업체들의 고심이 깊다. 제품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과 달리 영세한 업체들은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업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천종규 한국농수식품무역협회 이사는 대체 카카오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으로 고기 수요를 일부 대체하듯, 카카오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소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종규 이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농수식품무역협회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좋은 상품을 발굴하고, 유통과 해외 수출을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천종규 이사는 “농수식품 관련 업종을 경영하는 대표님들은 해외 시장 진출 의지는 높지만 관련 실무 경험이나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영세업자거나 가족경영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무역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무역 대학도 운영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천 이사가 협회 소속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은 업체 중 한 곳이 제주도에 위치한 새오름영농조합법인이다. 새오름영농조합법인에서는 ‘그린페블’이란 브랜드로 제주에서 나는 약초인 석창포를 활용한 차, 초콜릿 등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초콜릿이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만큼 그린페블 또한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카카오 가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천 이사가 떠올린 곳이 대체식품 전문 기업 HN노바텍이다. HN노바텍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대체 카카오 소재인 ‘에카오(ECAO)’ 개발에 나섰다. 현재 샘플 개발을 완료해 글로벌 기업들과 남품가를 협의 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천 이사는 “HN노바텍은 지난해 제품 품평에 참여하며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됐다. 당시 HN노바텍의 식물성 대체육을 먹어보고 대체육이란 걸 몰랐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술력이 있는 업체라면 카카오를 대체하는 소재도 개발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해서 연락해 봤더니 이미 대체 카카오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HN노바텍의 대체 카카오 샘플을 맛봤을 때 기존 초콜릿과 비슷한 걸 넘어서 오히려 더 좋다고까지 느꼈다. 질감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시장성이 충분히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체 카카오의 존재를 알게 된 새오름영농조합법인은 현재 HN노바텍으로 부터 샘플을 제공받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천종규 이사는 “일본 업체들도 대체 카카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체 카카오는 현재의 치솟은 카카오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카오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한 비용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인 대안이라는 게 천 이사의 설명이다.
천 이사는 “지금의 카카오 문제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악화될 여지가 더 큰 상황이다. 이렇게 앞으로 카카오 생산량이 계속 줄어든다면 앞으로도 공급가는 천정부지로 오를 텐데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들이 카카오를 계속 고집할 수 있을까? 대체 카카오의 맛, 기능, 효능에 문제가 없다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체 카카오를 활용한 특화 상품을 만들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천 이사는 전망했다. 그는 “수입에 의존하는 카카오와 달리 대체 카카오는 국내산 재료로도 생산이 가능하니, 국가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이사는 대체 카카오뿐만 아니라 대체 식품 전체가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카카오 외에도 기후 변화로 수급이 불안정한 작물이 많다. 게다가 전쟁이 빈발하는 국제 최근의 국제 정세까지 겹치면서 강대국이 식량을 비롯한 자원을 무기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원본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맛과 질감을 지니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친환경 대체 식품은 앞으로도 성장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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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