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 관세가 우리나라 PC 시장에 미칠 영향은? | KS News

[IT동아 강형석 기자] 미국 정부는 2025년 4월 2일(이하 현지 기준),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 제품에 상호 관세 10%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 중 하나로 꼽히며 상호 관세 25%가 적용됐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거의 없지만,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 또는 부가가치세 같은 비관세 요소가 추가 관세 책정 요인이다. 상호 관세는 2025년 4월 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관세가 없다고 강조하며 해외 기업의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 이미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 TSMC,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등이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발표하며 빠르게 대응했다. 반발도 거세다. 중국은 미국 상호 관세에 반발하며 보복관세 34%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중국이 2025년 4월 8일까지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 50%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진행 중인 모든 회담을 중단할 것이라며 초강수까지 뒀다.
상호 관세는 여러 기업에 혼란을 주고 있다. 글로벌 기업 대다수가 인건비 혹은 물류 특성 등을 고려, 해외에 공장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제품을 들여올 경우, 생산 국가에 적용된 상호 관세 적용을 받는다. 결국 미국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광범위한 제품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PC 시장도 상호 관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반도체 분야는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정책 변경이 가능하다.
백악관은 상호 관세 조치와 함께 제외 대상을 공지했다. 우선 구리ㆍ반도체ㆍ의약품ㆍ목재 등이 제외 대상에 포함됐지만, 향후 관세 부과가 예상된다. 금괴와 에너지, 미국 내에서 확보 불가능한 특정 광물은 상호 관세 대상이 아니다.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가 체결한 무역협정(USMCA) 품목은 비관세지만, 그 외 품목은 25% 관세가 적용된다. 반도체, 자동차와 관련 부품 등이 대표적인 비관세 품목이다. 다만, 협상 상황에 따라 비관세 기조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반도체 부품이 탑재되는 주요 PC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처리장치(GPU) ▲메인보드(M/B) ▲메모리(RAM) ▲고속저장장치(SSD) 등은 캐나다ㆍ멕시코에서 생산된 게 아니라면 기본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세관은 2025년 4월 5일부터 미국 내 수입품에 대해 10% 기본 관세를 부과 중이다. 반도체가 포함되지 않은 PC 케이스 또는 냉각팬 등 주변기기도 기본 관세 대상이다. 2025년 4월 9일 이후에는 각 국가에 부여한 상호 관세가 추가 부과된다.
이에 해외 수출 중인 국내 PC 주변기기 유통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주우철 마이크로닉스 부장은 “다양한 PC 주변기기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관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지 분위기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되는 수입 PC 부품 가격은 미국 상호 관세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로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 처리장치 등은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제조되어 국내 수입ㆍ유통된다. 이들 부품은 수입 과정에서 8%의 관세와 부가가치세 10%가 각각 적용된다. 미국에서 생산되어 국내 수입되는 반도체 부품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관세가 없다.
제조사에서 PC 부품 가격을 인상할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PC 부품 유통사의 동향을 살펴본 결과, 제조사가 미국 가격을 기준으로 모든 국가에 균일한 가격 정책을 펼친다면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은 있음을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가격 인상에 대한 공지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고환율에 따른 가격 변화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가격 상승 요인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터졌다. 로이터 통신이 2025년 4월 8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메모리 모듈 및 고속저장장치 등 부품에 대해 관세 할증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생산 거점은 중국ㆍ대만ㆍ일본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24%(말레이시아)~104%(중국) 상호 관세가 적용되는 국가들이다.
마이크론이 기본 관세 혹은 상호 관세 비용을 제품에 부과할 경우,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은 그래픽 처리장치용 메모리(GDDR)와 디램(DRAM), 낸드플래시 등을 만든다. 특히 그래픽 처리장치용 메모리는 엔비디아 제품에 많이 쓰이는 만큼, 지포스 일부 그래픽카드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데스크톱ㆍ노트북 PC용 디램(메모리)과 고속저장장치도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마이크론의 조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ㆍ낸드플래시 제조사까지 동참한다면 PC 부품 및 노트북 PC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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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IT동아 (CC BY-NC-ND 2.0)